택배기사로 일한 지 24년이 됐다. 지금도 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처음엔 낯설고 어려웠다. 무엇보다 물건을 찾는 일이 어려웠다. 그렇게 큰 차도 아닌데 찾으려는 물건이 자꾸만 숨어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길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물건을 정리하는 시간이 더 길다. 무슨 일을 하든 정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도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불쑥 전화를 걸어와 이야기를 꺼내 놓는 내 고객들 덕분에 메모해 둔 것이 꽤 되었고, 정리를 핑계로 장성한 딸과 자주 소통하며 글이 정리됐다.
하루 300곳도 넘게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게 된다. “저 사람 왜 저래?” 하고 성내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다. 그래야 다음 날 또 일할 수 있었다. 딸은 이런 내 모습에 놀란 듯했다. 그래서 한마디 덧붙일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계속해 보라고.
여러분도 이런 일들을 겪고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이 책을 펼쳐 든 게 아닐까. 여러분도 오늘, 오늘이 아니라면 내일, 택배를 받을 테니까. 우리 사이에는 택배를 둘러싼 사연들이 잔뜩이라 무슨 얘기든 공감할 수 있고, 이해도 할 수 있을 테지. 그래서 지금 여러분이 이 책을 결제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일 내가 이 책을 배송하게 될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