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폭포와 분수>를 고2 연합 모의고사에서 읽었다.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고3 수능 모의고사에서 만났다. 이 두 글은 수십 년째 끈질기게 글의 기억이란 이름으로 따라온다. 유학길 배낭에 이어령과 이문구의 책을 담으면서 든든한 스승을 모셔 가는 듯한 힘을 받았다.
유럽과 미국에서 십여 년의 해외생활을 하면서 책 속에 담긴 모국어는 언제든 물음에 답해 주는 멘토였다. 또 새로이 만난 외국어는 삶의 확장을 돕는 길을 넉넉히 일러주었다. 돌이켜 보면, 모국어와 외국어는 국제법과 환경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인내심 강한 스승이었고, 때론 이방인에게 건네는 응원 가득한 위로였다.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를 걸으며 몸에 들러붙었던 눈물과 사랑, 그리고 껴안은 말들에 대한 조심스럽지만 당당한 고백을 이 책에 담았다.
언어의 위로가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작은 서점을 열었다. 읽고 쓰며 가끔은 이방의 언어를 우리말로 옮기며 살고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이어 독일에서 국제법과 환경법을 공부했다. <해외생활들>을 썼고, <지금, 시간이 떠나요>를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