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는
두렵고, 또 미안한 일입니다.
누가 보기나 한데?
괜히 여러 사람 민폐 끼치는 것은 아닌지
책을 내지 말까?
잠시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좀 예쁜 시어들이 있어
캘리그라피에 인용될 문장도 아니고
읽다 보면 괜히 부담되고
읽다 보면 사는 것이 그렇지 뭐,
잊어버리고 싶은 일상과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뿐인데.
그런 것들을 시라고 쓰고 있으니
누가 읽고 싶겠어.
괜히 아내에게 미안하고
출판사에 미안하고
안면 봐서 시집 한 권 사야 하는 지인들에게 미안한
그런 시시콜콜한 일상들.
그런 시어빠진 김치 같은 민주주의.
사람 사는 것이, 뭐 다 그렇지, 별수 없는 것을
그런 것을 책으로까지 내야 하겠어?
내가 쓴 시는,
나를 위축되게 만드는 그런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