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람들에게 포구는 기다림이요, 설렘이다. 이런 포구는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해서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 잘리고 허물어져 이제는 아련한 기억 속으로 잦아들고 있다. 미역감던 유년의 추억 또한 아련할 뿐이다. 《기억 속의 제주 포구》가 잊혀져 가는 우리의 옛 문화와 삶을 떠올리게 하는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전에 출간한 《기억 속의 제주 포구》 머리말에 밝혔던 희망 사항이다.
‘포토갤러리 자연사랑’ 방문객 가운데는 《한라산 야생화》와 더불어 포구 책을 찾는 사람이 꽤 많은 편이다. 책이 없느냐는 물음에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젠가 다시 책을 내어 무안함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제주 포구》를 출간하게 된 첫째 요인이다.
다른 하나는 전라남도 여러 섬을 탐방하며 느꼈던 아쉬움 때문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군도의 우의도는 길게 석축을 쌓아 만든 포구를 지방 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한없이 부러웠다.
정말이지 ‘제주 포구’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제주도 자랑거리다.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녹아 있는 포구는 삶의 터전인 ‘바다밭’과 ‘소금밭’이 있고, 표류(漂流)와 유배(流配)가 시작되는 곳이다. 우리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전소(水戰所), 봉수(烽燧), 연대(煙臺)가 있으며, 우리들 마음을 위무해 주는 당(堂) 또한 자리한 곳이 바로 포구다.
이 책에는 제주의 72개 포구가 소개되고 있다. 제주도 중심인 관덕정을 기준으로 하여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배열하였다. 운동선수들이 트랙을 돌 때 속도 조절을 위하여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 듯 개인의 속도에 맞게 상상해 보면 좋겠다는 의도에서다. 아울러 마을별 포구 위치를 표시한 〈제주 포구 위치〉를 실어서 포구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이를 통하여 제주 문화와 제주인의 삶을 떠올리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어려운 출판계 상황임에도 《제주 포구》 제작을 선뜻 받아준 한그루 김영훈 대표를 비롯한 한그루 식구들에게 감사하다. ‘기억 속의 제주 포구’라는 글을 다시 싣게 허락해 준 강영봉 선생에게도 고마운 뜻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