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을 쓰며 잊고 있던 대학 생활의 기억을 바닥까지 긁어내느라 힘들면서도 추억을 다시 꺼내 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보편적인 훈련, 일정 등은 취재로 정보를 얻었지만 극적인 부분에서는 드라마가 되기 어려워 허구적 요소를 섞었습니다. 모든 청춘을 대변하는 대학 응원단 문화를 모티브로 하긴 했지만 상상력이 더해진 허구 스토리이기 때문에 실제와 드라마 속 응원단은 다른 점도 많이 있어요.
대본집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의 청춘의 한 페이지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SBS 월화 미니시리즈 [VIP] 집필
2022년 SBS 월화 미니시리즈 [치얼업] 집필
지금에 와서 스무 살을 떠올려 보면 그때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불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날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서 활어처럼 펄떡이며 고민하던 시간들.
그땐 ‘좋을 때다.’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으면, 나도 인생의 고민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그때보다 조금 더 어른이 된 지금, 저도 스무 살의 해이를 보며 같은 말을 하게 되더군요.
‘좋을 때다.’
청춘의 시간은 그 반짝임 때문인지 언제나 이렇듯 평가절상되는 것 같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찬란하게 빛나는 그 시절. ‘나의 그 시절을 그리고 누군가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불완전하기에 아름다운 그들의 이야기가 곧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할 테니까요.
‘치얼업’ 속 인물들은 모두가 그렇듯 저마다의 결핍으로 흔들립니다. 이렇듯 불완전한 인물들이 자신을 붙들고 서로를 응원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본을 썼습니다. 그 마음이 이야기에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시간을 지나 아이들이 더 단단한 어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드라마를 준비하며 한 편의 드라마가 나오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고와 노력이 드는지 새삼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한편으론 억겁 같고, 한편으론 순간 같았던 그 시간을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었기에 너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농담처럼 ‘작고 소중한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 드라마가 누군가의 가슴에 작고 소중하게 남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치얼업’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