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불과 41년 동안에 일어난 파괴가 그 이전, 그러니까 한성 백제가 멸망한 475년 이후 1960년대까지 천수백 년 동안 계속된 그것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풍납토성을 좀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쓰겠다고 만용을 부린 까닭은 개발로 만신창이가 된 풍납토성을 더 이상의 테러에서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풍납토성이 무엇인지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깨뜨리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한국인은 없다. 경복궁을 헐어버리고 월드컵 축구경기장을 만들겠다는 한국인도 없다. 그런 생각은 꿈조차 꿀 수 없다. 왜 그런가? 이들이 너무나 소중한 우리의 문화 유산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풍납토성도 경복궁이나 석굴암, 불국사와 다를 바가 없다. 풍납토성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것이 아니라 후손들을 위한 상속분이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가 그것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나는 풍납토성이 그런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하고 싶었다. 무엇인지 알아야 보존할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