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과연 아이들에게 돈 이야기를 이렇게 대놓고 하는 게 맞을까?
굳이 드러내서 가르치지 않아도 어차피 크면 알게 될 돈이고, 닥치면 다 알아서 배우게 되니 괜히 애들한테 ‘돈돈’거리지 말라는 주변의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굳이 드러내고 가르쳐 주지 않아서, 코앞에 닥치고 나서야 배우려 하니 너무도 힘든 게 나에게는 돈이었고 경제였다.
‘돈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는 나의 자본주의 성적표는 ‘0점’이었다. 돈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이해도가 0점인지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평균은 맞추자는 생각에 부랴부랴 돈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비록 늦게 깨달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미리미리 알려주고 싶었다. 돈이라는 것이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일찍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돈에 관한 책과 경험을 아이들과 나눴다. 돈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무조건 돈 많은 부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돈을 가지고 투자를 잘하게 되는 방법 같은 이야기가 아닌, 삶에 있어서 돈이 왜 중요한지 그 돈을 어떠한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를 아이들과 이야기 나눴다.
국어, 영어, 수학 교육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돈 교육’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교육열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울 목동에 살면서 사교육이 아닌 돈 교육을 하며 오늘도 두 아이와 하루하루를 보낸다. 노란색 학원버스가 4차선 도로에 꽉꽉 차는 이 동네에서 사교육에 흔들리지 않고 아이들과 나누는 돈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았다.
나는 비록 자본주의사회에 0점의 성적표를 들고나왔지만, 아이들만큼은 50점이라도 채워서 내보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돈을 이해하고 알게 되면 나머지 50점은 자연스레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 역시 아직 다 채우지 못한 점수를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함께 채워나가는 중이다. 어쩌면 나보다 아이들이 더 먼저 점수를 채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술을 처음 배울 때 부모님이나 어른에게 배워야 하듯 우리 아이들이 돈을 처음 배우는 그곳이 다름 아닌 가정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른에게 술을 배워야 정신을 바로 잡으려 애쓰며 나쁜 주사가 생기지 않듯 엄마인 그리고 아빠인 우리가 그 누구보다 먼저 아이들에게 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돈 공부는 살아가면서 꼭 한 번은 해야 하는 필수교육임을 깨닫길 바란다.
교육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돈 이야기 나누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부디 돈 때문이라는 원망보다 돈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돈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