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고옥 처마에서 떨어진 빗방울을 맞고 주춧돌이 오목하게 패인 걸 기이하게 여기곤 했다. 낙숫물이 따라락 타닥 따오록 주춧돌과 입맞춤 할 때, 고옥 뒤의 예배당에서 들려오던 풍금 소리랑 화음을 이루던 게 마냥 좋아 가만히 귀 기울였다. 가끔 빗줄기를 타고 내려온 미꾸라지의 초청을 받고 남새밭 풀숲에서 뛰어온 청개구리가 오목어항에서 어우러져 헤엄치는 걸 지켜보노라면, 고옥 버팀목의 나이테가 생생히 살아 움직이던 환각에 젖곤 했다.
나의 글쓰기도 끈질기게 길쌈 삼는다면, 어느 날엔 기필코 낙숫물이 주춧돌을 돌확으로 바꾸듯 하리란 믿음을 지녔기에, 고된 행진을 계속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