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동안 교육자로 살면서 읽고 쓰는 삶을 만났다. 글쓰기를 통해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올랐다. 길에서 만나는 들꽃처럼 행복한 삶을 가꾸어 가고 있다.
저서: 『교사가 행복해야 교실이 행복해집니다』
공저: 『나는 매일 글을 씁니다』
블로그: blog.naver.com/gloriawoo
인스타그램: @gloriawoo62
“나는 대한민국 교사입니다”
학교를 생각하면 먼저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을 만나면 마냥 좋았지요. 교복 단정하게 입은 모습, 예의 바른 태도, 반짝이는 눈빛, 고운 말투, 잘 정리된 사물함, 깔끔한 책상에 앉은 아이들을 만나면 기분 좋습니다. 어떻게 키우면 저렇게 자랄까! 예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 덕분에 힘든 날도 이겨 낼 수 있었습니다. 한편 말썽꾸러기들도 해마다 만나지요. 하지 말라는 고약한 행동만 골라서 합니다. 저의 에너지를 다 빼앗아 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는 아이입니다.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살갑게 다가오거든요. 미운 짓 하던 아이도 금세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초등학교 때 저의 꿈은 선생님이었습니다. 6학년 담임선생님처럼 되고 싶었지요.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주고, 같이 노래 부르고, 우리랑 놀아주는 선생님이었어요. 선생님이 안 계시는 교실에서 선생님 흉내를 내기도 하고, 동네 골목에서도 꼬마들 모아놓고 가르치는 역할도 하곤 했습니다. 비록 놀이였지만 똘망똘망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모습에 기분 좋았지요. ‘선생님~’하고 부르며 제 주위로 몰려드는 꼬마들 덕분에 선생님 놀이는 항상 즐거웠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던 그해, 결국은 진짜 선생님이 되어 교단에 섰으니 저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50년 넘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했네요. 16년은 배우는 학생으로, 37년은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살았습니다. 학교는 내 삶의 무대였습니다. 그 무대를 벗어나야 하는 시간, 아직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 발령받고 교단에 섰을 때는 막막했습니다. 교육학에서 배운 이론은 실제 현장과는 달랐기 때문이었지요.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 겁나고 떨렸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교사 연수가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들께 배운 것 중 좋았던 부분과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 등을 활용하여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지요. 의욕은 넘쳤지만, 방법을 모르는 어리숙한 초보 교사 시절을 보냈습니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잘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 가르치려면 무조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기회 있을 때마다 배우고 또 배웠습니다. 교실에 돌아오면 배운 것을 바로 적용하면서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 갔습니다. 학생 지도에 좋은 방법을 찾는 고민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배움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들에게 최적화하려는 노력으로 끝내 제 손에 남은 것은 ‘집단상담’과 ‘배움 일기’입니다. 그동안 피땀 흘리며 얻은 보물인 셈이지요. 땀과 노력은 정직합니다. 또 다른 저의 이름, ‘학급경영의 달인’이라는 자랑스러운 명함이 붙었으니까요. 그 시간이 쌓여 어느새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학교를 무대 삼아 전력 질주했던 37년간의 흔적을 기록했습니다. 저의 꿈처럼 어떻게 하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후배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선배 교사가 현장에서 시도하며 터득한 방법을 건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막막했던 초보 교사 시절부터 학급경영의 달인이 되기까지의 다양한 경험을 녹여 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세대 차이로 느끼거나 꼰대의 잔소리로 듣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긴 세월 ‘아이들 바보’로 살았던 평교사의 ‘따뜻한 조언’이라 여겼으면 합니다.
1장에는 교사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천직이라 믿으며 오직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았던 시간입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막상 교사가 되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수업에 대한 고민, 혼자 울었던 시간, 교무수첩에 적어 둔 메모들을 돌아보면서 열심히 살아온 저를 만났습니다. 관리자, 동료 교사와 잘 지내기 위해 지녔던 마음가짐을 돌아보았습니다. 단 한 명의 후배 교사라도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 있으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2장에서는 명예퇴직을 앞다투는 교직 현실의 안타까운 마음을 적었습니다. 저도 정년을 1년 앞두고 명예퇴직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년퇴직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정년까지 달리지는 못하지만, 교사로 살아온 시간은 제 삶의 전부입니다. 방황하면서도 방향을 찾아간 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3장은 제자들 이야기입니다. 첫해 제자인 효준이부터 최근에 근무했던 수일여중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제자들과의 추억을 실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는지는 잊어도,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잊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났는지 제자들을 통해 알았습니다.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해주는 제자들이 있어 보람을 느꼈지요.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애쓰는 사람입니다. 넓은 대지에 씨앗 하나 뿌리는 일이지요. 열매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교사의 사랑을 먹고 자랄 때 그 뿌리가 더 견고해집니다. 잘 커 준 고마운 제자들 이야기는 제 믿음이 옳았음을 증명해 줍니다.
4장에서는 담임교사로 살면서 행복한 교실을 가꾼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습니다. 3월 첫 만남부터 매일, 매주, 매월, 학기 말에 하는 일 그리고 학년말에 만드는 학급문집 만들기 등 저의 학급경영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최선을 다했던 저의 이야기가 반가운 선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담임으로 살아가기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곁을 내어주는 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믿어 주고 함께 있어 주면 선생님의 마음을 늦게라도 알아주거든요. 교사가 행복하면 교실이 행복해집니다. 제가 겪어보니 맞는 말입니다. 어떻게 가꾸어 가느냐에 따라 교사와 아이 모두 행복한 교실은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은 나의 ‘행복 찾기’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제가 배운 프로그램들을 현장에서 녹여 내고, 동료 교사들과 나눌 때의 보람과 기쁨은 컸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배우고 익혔지만, 그것이 곧 저의 행복이고 성장이며 힐링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새로운 삶을 꿈꾸며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익숙했던 학교 안 생활에서 낯선 학교 밖 세상으로 향합니다. 이제 해야 하는 일들보다 하고 싶은 일들을 먼저 하려고 합니다. 낯설지만 새로운 삶을 향하는 저를 힘껏 응원합니다.
‘행복한 교실’이라는 키워드를 37년간 가슴에 품었습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실을 만든다고 믿었거든요. 아이들 곁에서 행복했습니다. 지금 이 책을 손에 들었다면 ‘행복한 교실’에 관심 있는 선생님이겠지요. 선생님이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할 거라는 믿음, 변함없습니다.
2023년 5월, 행복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