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선 내 앞에 낯익은 남자가 보입니다. 머리는 반백에 듬성하고 불면의 탓인지 푸석하게 부은 얼굴로 나를 바라봅니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고 그 위에 배 띄운 나는 속절없이 현실에 묶여 버립니다.
희망과 절망,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표류하는 많은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하며 그래도 절망보다는 희망이 내 가슴을 차지하고 부정보다는 긍정의 생각으로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유성 가득한 겨울 찬 밤하늘보단 은하수 쏟아놓은 여름밤이 좋습니다. 낙엽 떨어지고 나뭇가지 현악기의 울음 내는 한겨울도 좋지만 짙은 녹색 잎사귀 시야를 가려 저 뒤편을 볼 수 없더라도 생명 넘치는 계절이 좋아 보입니다.
불편함 거의 없는 요즘의 현실이 살기에는 좋다마는 헐벗고 굶주렸어도 내 친구를 형제처럼 여기고 부모를 하늘같이 섬겼던 그 옛날이 그립습니다. 찬바람 숭숭 들어오고 외풍 심한 작은방에 한 장의 이불로 온 가족이 밤을 났던 그 시절이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져가는 것이 아쉬운 건 왜일까요.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어도 도리를 지키고 예절을 중시했던 그 시대를 살아온 많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을 생각해 봅니다.
비 오는 날이면 방안 곳곳에 빗물받이를 놓고도 까르르 웃던 동심들은 지금쯤 어디에 살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시절 힘들었던 기억들을 애써 털어버리려 머리를 흔들어도 그 기억과 추억들이 지금의 나를, 지금의 이 시대를 만든 보이지 않는 큰 힘이었다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모를 존경하고 형제와 친구들을 사랑했기에 가능했던 어려웠던 시절의 극복을 되새겨 봅니다.
잘살기 위해 버려야 했던 소중한 것들을 내 가슴에 다시 한 번 불러올 수는 없는지. 숭고한 희생, 끝없는 사랑, 무한한 신뢰 등등 그 어떤 표현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부모와 형제, 친구의 존재를 깊이 느끼고 싶습니다.
밤하늘의 별들처럼 끝없이 명멸하는 우주의 신비가 곧 우리 인간사의 근간이듯 자연과 인간들의 공생의 관계처럼 보이지는 않더라도 정해진 틀을 결코 벗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의 마음이 이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내 곁을 지켜준 가족들과 주변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늘 어디에선가 나를 지켜보고 계실 부모님께도 감사합니다.
이 책이 출간되기 위해 정성을 다해주신 도서출판 문학바탕의 곽혜란 대표님과 관계자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정진의 각오를 다지며 하루하루에 감사하렵니다.
2023년 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