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바람 앞에서
현대를 백세시대라고들 하는데 내 삶은
어느 새 가을의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어릴 적 꿈이 시인이었고 교사였었는데
전혀 다른 길을 걸었고 직장생활을 은퇴한 후
장년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인생을 마라톤 경주에 비유한다면
출발선에 서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환점을 돌고도
한참을 더 달려온 셈이 되 버렸다.
이제야 첫 시집 “빛으로 도는 바람개비”에
생명을 부여하려 스스로를 뒤돌아보니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더니
이제는 그 말을 실감하게 된다.
세월의 바람 앞에 이루어 놓은 것은 없고
아직 해야 할 일도 마무리 할 일도 남았건만
정작 조금씩 석회화 되어가는 사고를 떨쳐낼 수가
없으니…
그래서 어쩌겠는가?
지금껏 달려온 대로 결승점을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달릴 수밖에는…
그래도 “빛으로 도는 바람개비”는
이제 막 그 시작의 첫걸음을 내딛었으니 시작한
만큼 풍성한 열매가 맺어지기를 바래보면서
다시금 뒤돌아볼 때 부끄럼이 없도록 더 열심히
바람개비를 돌려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