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학과에 입학한 이후 경북대 시간 강사 및 전임 교수로 30여 년간 근무하고 정년하였다. 시간 강사와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구 시내 여러 대학에서 교양 과목인 문화사, 사학과의 교과목인 서양 고대사, 중세사, 근·현대사, 그리고 미국사 전공 관련 강의를 담당하였다. 서양사 관련 공저와 번역서 이외, 미국의 사회개혁 운동 및 미국 남북전쟁 관련 논문도 다수 발표하였다.
경북대학교 교수협의회 의장과 전국 국·공립대학교 교수협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바도 있어서, 한국의 여러 대학과 외국 대학 사정에도 밝은 편이다. 또한 경북대학교 도서관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등의 보직도 겸무한 바 있어, 교육 관련 법과 규정 그리고 대학의 학사 및 행·재정에 대하여도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그러나 역사는 과거와의 대화가 아니라 역사가들이 찾아낸 기록과 대화이다. 과거는 지나가고 없다. 현재와 미래도 곧 과거가 된다. 따라서 역사 기록을 멀리하면 현재도 미래도 못 보기 마련이다. 최근의 육사 교정에 세워진 홍범도 등 5명의 독립운동가의 동상을 철거하고, 조선인 독립운동가 토벌이 그 설치 목적인, 만주군 특설대 일본군 헌병 중위 경력의 백선엽(시라카와 요시노리: 白川義則) 동상을 세운다고 한다.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사료를 철저히 검증하고 추진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역사가의 기본 임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망각의 세계로 빠져버린 사료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엄격한 사료비판을 거친 후, 사료를 해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새로 발견한 사료에 근거한 최신의 역사서술이 과거 사실에 가장 가까운 역사다. 따라서 역사는 항상 다시 써야 한다.
이 책은 새로운 일차 자료(원 사료)를 발굴하여 쓴 논문이나 연구서가 아니다. 각종 언론 매체의 보도된 내용과 기존의 각 분야 전문 역사가들의 연구에 의존한 윤석열 대통령 시대의 과거와 대화다. 필자가 참고한 논문과 연구서들은 본문 혹은 각주에서 소개하였다.
이 책의 제1장인 ‘자유·정의·진리와 한국 민주주의’는 김민남 교수의 권유로 필자가 대학 재학생이었던 1960년대와 교수 활동을 시작한 1970년대 초부터 2023년 가을까지의 긴 세월 동안 듣고 보고 읽은 것들을 약술한 것이다.
그리고 제2장 ‘지방 대학 위기와 지방 소멸’은 김민남 교수의 요청으로 추가한 것이다. 경북대학교 교수협의회 의장, 전국 국공립대학교 교수회 의장, 그리고 교무처장, 대학원장, 도서관장 등의 보직 업무를 수행하면서 파악한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의 허와 실, 수도권 집중화 정책, 그리고 지방대학의 몰락과 지방 소멸 현상에 관하여 정리하였다.
제2장 제8절에서는 공군 장교 근무 경험과 국방부 직할 모 부대 근무 시 알게 된 상식적인 군사 지식을 근거로 수도권 집중의 전략적 위험성을 약술하였다. 그리고 독일, 일본, 미국 등 외국의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도 소개하였다. 끝으로 제2장 9절에서는 지방 대학 몰락과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한 구조적 대책도 제시해 보았다.
천성이 몰취미하여 장기와 바둑조차 둘 줄 모르고, 아침이 되면 보자기에 몇 권의 책을 싸 들고 학교에 갔다가, 오후 6시 반경이면 귀가하여, TV 뉴스 시청하다가 9시 전후로 잠들어 버리는 것이 필자의 평소 버릇이었다. 그리고 새벽 3시 전후 기상하여, 서재로 가서 담배를 피워대며 이런저런 잡다한 책들과 시간을 보내는 백면서생을 묵묵히 지켜준 저녁형 김정신에게, 늙은 지금에서야 잘 보이려고,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사랑합니다.(Je t'aime bien.)”
이 책이 나오도록 권유한 김민남 〈지식과 세상〉 이사장님, 잡다한 내용의 원고를 검토하고 조언을 마다하지 않으신 김병하 편집장님, 자상한 〈도서출판 참〉 윤지현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3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