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으며, 미국의 모토롤라/프리스케일 반도체에서 반도체 패키징 엔지니어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귀국 후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패키징 생산 및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코리아인스트루먼트 연구소에서 반도체 프로브 카드 개발을 맡았으며 현재는 하나마이크론의 연구소장으로서 첨단 패키징 개발을 이끌고 있다.
재료공학 전반 및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50여 편의 국제 학술 논문을 저술했으며, 20건 이상의 학회 발표를 수행했다. 데이터의 본질과 분석에 관심이 많으며, 현재 담당하고 있는 기술 업무인 반도체 패키징의 생산 및 개발 분야에 어떻게 하면 더 큰 도움이 될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수십 년간 재료공학도로 살아오면서 나는 학위 과정까지 여러 재료공학적 현상을 연구하고 분석하기 바빴다. 학위 취득 후 반도체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그간 다루던 재료공학적 관점 이외에 여러 가지 품질 관리 기법 및 신뢰성 분석을 위한 모델 해석 등 통계적 개념을 접하게 됐다. 기업에는 제품의 품질과 수명을 개선해 이윤을 남겨야 하는 숙명이 있기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를 맴도는 생각이 있었다. 재료공학에서 다루는 현상들을 완벽히 이해한다면, 이러한 통계적 접근은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보다는 아마도 통계적 접근과 응용을 아예 외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한다. 내가 그간 집중해 왔던 재료공학을 비롯한 과학이나 공학의 대부분은,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밝히는 인과관계의 탐구 과정이었다. 그러던 중 AI 시대가 도래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통계 분야의 고전적인 데이터 개념과 AI에서 다루는 데이터가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건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막연한 호기심에 수많은 논문과 책을 뒤지고, 인터넷의 바다도 헤매고 다녔었다.
나 같은 일반 연구자들을 위해 코딩이나 복잡한 통계 수식 없이,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하지는 않으며, 핵심만 콕 짚어주는 ‘흙 속의 진주’ 같은 책이 혹시 있지 않을까? 나와 비슷한 궁금증을 지닌 사람들을 위해 책을 집필한 저자들이 있을까? 실로, 이 인연은 존재했다! 바로 이 책의 원서 『Becoming a Data Head』였다. 어렵사리 찾아낸 이 진주는 영어 책이었지만 어찌나 재미있게 읽히던지 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내가 궁금해 했던 모든 것을 사랑방에서 이야기하듯 술술 풀어나가는 이야기꾼이었고, 책을 읽다 보니 통계와 데이터에 대한 수십 년 묵은 근본적 의문이 일거에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기술적 난제를 비롯한 삼라만상 중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대체 몇 개나 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통계에서 출발해 딥러닝과 AI가 열어준 데이터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었다. 이 책의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일반 엔지니어나 연구자뿐 아니라, 기업 경영자나 관리자가 기업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해야 하는지까지 여러 비유를 들어 다양하게 비춰주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쪼록 여러 분야의 독자들이 이 책이 가져다 줄 데이터에 대한 깨달음의 기쁨이 함께 하길 빌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 장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