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에 평론 활동을 시작한 나는 우리가 처한 세계의 조건과 그 속에서 부침을 겪는 삶에 관해 소설을 통해 말을 건넬 수 있는 문학평론집을 기획해보는 일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한국문학 평론장의 현재가 궁금하여 펼쳐 드는 책이라기보다, 삶이 왜 이 모양이 되었는지, 이 모순적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하여 소설책을 펼쳐 들 때, 그때 옆에서 맞장구도 쳐주고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는 책이었으면 했다. 거꾸로 이럴 땐 이런 소설을 읽어보라고 참견하는 오지랖을 부리고도 싶었다. 문학을 잘 몰라도, 평론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삶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할 수 있는 문학평론집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4년 여름의 초입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