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 내며
인간은 역사 속에서 태어나 역사 속에서 살다가 역사 속에서 죽는다. 그야말로 매일매일 역사와 더불어 살아간다. 따라서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우리 역사 속에서 살면서 우리 역사를 떠날 수 없다. 까마득한 날 하늘이 처음 열린 날부터 세계 속의 선진국 대한민국으로 발전한 현재까지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유구한 역사를 뒤돌아 볼 때 찬란하고 자랑스러운 역사와 분노와 치욕의 역사가 공존했고 그것은 숨길 수 없는 우리의 역사였다.
그동안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나름 우리 역사를 제대로 정리하고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사 개설서로 「한국사총론」(1994년)을, 역사 에세이로 「송백의 역사산책」(2014년)을 출간했다. 그리고 사료집으로 「사료로 읽는 한국근현대사」(2020년)도 나왔다. 그런데 그날그날의 역사연표도 후속작업으로 필요하다고 사료되어 「우리 역사 속 오늘(Today in Korean History)」이 고고지성을 울리게 되었다.
헤로도투스의 「페르시아 전쟁사」도 수많은 그날그날의 작은 이야기가 모여져 완성되었다. 이처럼 역사서 서술을 위해서는 일차적인 그날의 연표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역사 속 오늘」을 준비하면서 그 동안 출판된 한국사 연표 관련 책들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연표의 혼돈과 인물 정보의 오류 등이 적잖이 발견되었다. 또 집필자의 전공분야에 따라 그 분야만 편향되는 경향이 짙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조선의 한양 천도가 1394년 10월 28일인데, 개성을 출발한 10월 25일로 대부분 나와 있었고, 레슬링의 전설 역도산의 본명은 그동안 알려진 김신락이 아니고 김광호이다.
그리고 「우리 역사 속 오늘」을 준비하면서 지나치게 정치적 인물과 사건 위주로 나열된 기존 연표를 지양하고 사회·문화적으로 이슈가 된 인물과 사건들도 다루었다. 예를 들면 인물로는 손기정·김기수·장기려·박수근·홍순칠 등을 실었고, 사건으로는 첫 패션쇼·박인수사건·자유부인논쟁·무즙파동·김유정역 등을 실었다.
인물정보도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은 외국인과 한국계 외국인도 실었다. 예를 들면 에카르트·마릴린 먼로·빌리 그레이엄·테레사수녀·넬슨 만델라·레비 스트로스·김재권 등이다. 문화면에서는 우리의 유네스코 유산(1995년~2023년 등재)을 정리해 연표에 수록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으로 유명한데, 그는 매년 매월 매주 매일 매시간을 아껴 쓰며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았다. 그의 ‘프랭클린 플래너’는 지금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흔히 오늘을 모르는 자와는 역사를 논할 수 없다고 했다. 모쪼록 「우리 역사 속 오늘」을 통해 끊임없이 교훈과 지혜를 체득하기를 바란다.
저자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역사용어와 기념일의 변경 등이 정권 교체기에 발생하고 있음을 보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제강점기라는 표현은 일본의 침략을 강조한 주객전도의 용어로 우리측 저항의 입장에서는 항일운동기로 바꿔야 하고, 경찰의 날·무역의 날·철도의 날·법의 날 등도 여러 차례 변경되어 일관성을 잃었다. 앞으로 이러한 경우는 상당한 숙려를 거쳐야 정통성을 유지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우리 역사 속 오늘」의 날짜 별 마지막 여백 ‘MEMO’란에 새로운 사실을 추가하고 자신의 역사일기를 기록해 보는 것도 우리 역사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보람찬 일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본서가 출간되기까지 꾸준히 지원해 주신 이윤구 대표님 및 원고 정리와 교정을 도와주신 편집부 여러분과 특히 마지막 원고 검토와 교열에 참여한 차자(次子) 서봉(瑞鳳) 두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계춘(季春)에한국인의 더늠과 바디를 비손하며
솔뫼 이영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