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어린이책 작가이자 스토리텔러, 독서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지속 가능한 세계를 주제로 한 시적인 어린이책을 꾸준히 발표해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아기 동물들의 탄생》이 출간되었으며, 그 밖에도 《숲의 뿌리》, 《창백한 달의 공주》, 《채소들의 서커스》 등 여러 어린이책을 썼습니다.
제 할아버지는 삶의 마지막을 칠레 남부의 칠로에섬에서 보냈습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칠레는 아주 긴 나라라, 그 섬에 가려면 내가 살던 산티아고에서 14시간이나 육로로 이동하고도 다시 배를 타야 합니다. 할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한 슬픔에 빠진 채 장례식장으로 가던 그날 밤, 저는 시 한 편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가 이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살며 대학 공부를 하던 제게 일요일마다 전통 음식과 홍차를 들고 찾아오셔서, 함께 산책하면서 온갖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이 함께 작은 섬으로 여행을 떠나 새벽 4시까지 춤추고 노래하며 축제를 즐긴 일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즐기는 분이었지요.
할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을 기꺼이 섬세하게 담아 주신 임효영 작가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내가 생일마다 즐겨 입었던 빨간 원피스 입은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그려 주셔서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