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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문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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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문복희 문학전집>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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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꽃의 시학을 노래하고 있는 최인자 시인은 토속적인 자연과 잊혀져가는 한국의 전통을 고요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향해가고 있다. 현실에 존재하면서 과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간결하고 우아한 문체로 맑은 영혼의 파동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이미지 구현과언어 사용 능력과 주제 구축 능력이 뛰어난 시인이다. 그의 등단 작품 심사평에서도 작품의 우수성을 다음과 같이 인정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제사 용어나 빨래터의 모습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정체성 회복을 위해 뿌리로서의 옛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해 단순한 소재를 넘어서서 압축과 통일의 기법으로 시적 긴장과 정서적 고양을 획득하고 있다.’는 평가는 그의 시가 향토적 향기가 남아 있는 시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순수한 서정과 섬세한 감성이 주는 맑은 영혼의 울림을 그의 시 속에서 만날 수 있다. 그의 시세계는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언어의 심미적 가치에 대한 섬세한 인식으로 순수한 서정을 지향하고 있다. 2. 따뜻한 감성과 관조적인 자세로 전통적인 세계와 현실을 이어가고 있다. 3. 차분한 여성적 어조로 호소력과 영혼의 울림을 구축해 가고 있다. 1. 언어의 심미적 가치에 대한 섬세한 인식으로 순수한 서정을 지향 중 2학년의 해 맑은 소녀 어느 여름날 동틀 무렵 비몽사몽 아련히 다가오는 빗소리 달콤한 낭만을 부르는 세레나데 올망졸망 동그라미 그리며 저며오는 가슴에 뿌리내리고 하얀 여백 가만히 물들이며 비와 소녀는 첫사랑에 빠진다 풍요와 여유의 시공간 아침마당 품이 넓은 항아리 빚어내고 마음은 가지런히 빗속을 걷고 있다 「소녀의 첫사랑」 첫사랑이란, 우리 인생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사랑이다. 첫사랑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의 해맑은 시선은 여름날 동틀 무렵의 빗소리와 달콤한 낭만을 부르는 세레나데와 시공간 아침마당을 순수하게 바라보고 있다. 올망졸망 동그라미를 그리며 행복이 가득하고, 사소한 것에서도 큰 의미를 찾게 된다. 그래서 첫사랑은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이며, 우리 성장의 한 부분을 이루게 된다. 이 어린 중학생 소녀의 첫사랑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축복이며,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알려주는 시작이다. 그래서, 첫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해 주는 절차이다. 이 작품에서 소녀는 비와 첫사랑에 빠진다. 풍요와 여유와 가지런한 마음으로 빗속을 걷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첫사랑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언어의 심미적 가치에 대한 섬세한 인식으로 순수한 서정을 지향하는 최인자 시인의 시세계를 볼 수 있다. 다음 작품에서 좀더 성장한 여고생의 순수한 이미지를 연상하며 첫사랑의 맥락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차선 아스팔트 좌측 통행 싱그러운 아침 미래의 꿈 여고생들이 줄지어서 행진한다 곤색 교복에 풀 먹인 하얀 카라 봄 가을 치마에 세일러복 3년 친구인 지식 보따리 짙은 감색 가방 흑백의 카바 양말에 검정 구두 푸른 꿈 가슴에 품고 청춘을 간직한 여고시절 교목인 연분홍 꽃 배롱나무 꿈과 행복이란 진액을 담고 싶다 영어 단어 외우는 쪽지 든 학구파 학생 재잘재잘 하루 만에 쌓인 썰 푸는 수다생 멍하니 발 닿는 대로 가는 무념의 도생 그리운 여고시절 풍경이 있는 거리의 등굣길이다 「여고 시절」 이 작품은 싱그러운 여고생들의 모습을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곤색 교복에 풀 먹인 하얀 카라, 봄 가을 치마에 세일러복, 감색 가방, 카바 양말에 검정 구두는 가지런한 여고생의 청순한 모습이다. 여고 시절의 모습을 추억 속에서 꺼내어 장면 장면을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고생들은 행복을 거창하고 큰 것에서 찾지 않는다. 단지 이런저런 얘기로 수다도 떨면서 소소한 일상을 같이 보내는 것에서 사랑과 행복을 찾는다. 이 작품 속에서 재잘재잘 하루 만에 쌓인 썰 푸는 수다생들은 교목인 연분홍 꽃 배롱나무 아래에서 꿈과 행복이란 진액을 담아내고 있다. 수다는 말로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를 바라보고 눈빛을 주고 받는 행위이다. 마음을 열지 않은 상대와는 수다를 떨지 않는다.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수다를 떨던 여고 시절의 풍경이 아름답게 그려진 작품이다. 다음 작품 「연애 세포」는 우리말 어휘를 잘 고르고 문장을 잘 다듬는 최인자 시인의 언어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이 작품은 여고생의 이미지와 10대의 사랑을 살려내어 연애 세포라는 이미지를 창출해낸다. 어스름한 밤 아스팔트 갓길 수은등 불빛 아래 비친 훤칠한 사나이 가슴에 잔물결의 전류가 흐른다 어깨에 걸친 양복 자켓 한 손은 주머니에 뚜벅뚜벅 멀어져 가는 뒷모습 일시 정지된 여고생의 눈동자 소녀는 깜찍한 사랑에 빠진다 육신은 70을 바라보는데 마음은 그 자리 10대 같은 연애 세포 바람을 앞세우고 고교 은사님을 찾아 헤맨다 「연애 세포」 육신은 70을 바라보는데 마음은 첫사랑의 10대 같은 연애 세포를 가지고 있다. 정지된 여고생 소녀는 깜찍한 사랑을 앞세워 고교 은사님을 찾아 헤맨다. 현재 안에 과거의 시간을 병치시키며 아름다웠던 추억의 순간을 다양한 시간으로 연결시킨다. 과거 10대의 시간과 70의 시간을 연결하여 시간의 연속성을 만들어낸다. 애틋한 순간의 시간을 시인의 유연한 의식을 통해 현재의 시간으로 확장해간다. 육신은 고희에 와 있는데 현재 안에 과거의 시간을 병치시켜 연애 세포로 이미지를 펼쳐가고 있다. 현재의 시간을 과거의 사랑으로 완전히 개방하고 있는 시인의 상상력은 영원한 시간에의 탐구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최인자 시인은 현실에 존재하면서 과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간결하고 우아한 문체로 맑은 영혼의 파동을 이끌어가고 있다. 2. 따뜻한 감성과 관조적인 자세로 전통적인 세계와 현실을 결합 뒤돌아보니 까마득한 여로 강산이 칠십 번 변하여 쌓이고 쌓인 낙엽이 세월이더라 20여년 한 지붕 곱디고운 시어머니 깊으신 정에 감사하고 파릇파릇 싱그러운 발걸음 당신과 나의 분신들 무한창대하니 이 또한 고맙고 감사할 일이네 과욕을 비운 자리 귀한 인연 채워 주고 알콩달콩 6명의 병아리 치마폭에 안겨주니 여유와 풍요가 나풀거린다 나머지 여정 지난봄 미련 없이 고운 단풍 들이고 싶다 늘 비어 있는 한 자리는 그리움이 차지했네 「고희」 고희(古稀)란, 70세를 이르는 한자어다. 당나라 두보의 시 곡강(曲江)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의 줄임말이다. 원래 뜻은 삶에 있어 칠십도 드문 일이라는 것이다. 일흔을 종심(從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공자가 종심소욕불유구라고 일컬은 데서 유래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고희의 나이를 따뜻한 감성과 관조적인 자세로 바라보고 있다. 칠십은 단순한 시간의 경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강산이 칠십 번 변하여 쌓이고 쌓인 낙엽의 모습이 세월을 의미하지만 물리적 시간만 흘러온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삶의 과정을 집약해 내고 있다. 삶에 대한 시인의 총괄적인 태도가 마지막 부분에 준엄한 자아 성찰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늘 비어있는 한 자리는 있어야 할 존재를 먼저 떠나보낸 고독의 자리이다. 그 자리를 그리움으로 채울 뿐이다. 그것은 잃어버린 참된 자아의 자리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시인의 메시지이다. 그는 70을 살아오면서 과욕을 비운 자리에 귀한 인연을 채워가며 지내왔다. 깨끗하고 고상한 심성을 지키며 지조와 정절의 상징으로서 한번 맺은 인연을 평생 함께하는 학의 모습으로 무욕청정(無慾淸淨)을 추구하며 한마음을 정한 그 믿음을 변치 않고 살아왔다. 그의 지향성을 볼 때, 최인자 시인은 학처럼 살아온 존재이다. 20여 년 한 지붕에서 곱디고운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효부이다. 6명의 손주들을 안겨주고 여유와 풍요가 있으니 고맙고 감사함으로 살아간다. 나머지 여정을 고운 단풍 들이고 싶은 시인의 따뜻한 감성과 관조적 자세가 돋보인다. 무르익은 곡물의 풍미 톡톡 터지는 항아리 속의 기포 앉은뱅이 술 전통주가 빚어진다 묵은 친구와 양은 주전자 고즈넉한 저녁 피로 주 한 사발 주 거니 받거니 부어라 마셔라 목 젓을 타고 온 몸에 퍼지는 전율 은근히 취하는 묘한 맛 이 풍진 세상을 한 몸에 안고 주룩주룩 추녀 끝 빗소리 주모에게 주전자 건넨다 「막걸리」 따뜻한 마음을 담은 막걸리 한 사발을 주거니 받거니 부어라 마셔라 하는 광경이 전통과 현실을 이어주고 있다. 묵은 친구와 양은 주전자, 항아리 속의 기포, 곡물의 풍미가 전통주로 빚어진다. 이 작품은 정철의 사설시조 「장진주사」의 내용을 연상시키고 있다.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처럼 우리 민족의 풍류와 전통을 보여주고 있다. 술은 고대 제천 행사에서 사용되었으며 오늘날 문중 제례나 회식 모임에서도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는 우리 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전통을 이어온 술이다. 옛날 향촌에서는 술을 직접 집에서 빚어 대접하며 정을 나누기도 했다. 친구를 초대하여 막걸리를 돌려가며 마심으로 마음속 응어리를 풀고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 작품도 노을 걸린 인생 뒷담화를 안주 삼아 주거니 받거니 부어라 마셔라 하며 정을 나누는 권주가이다. 은근히 취하는 묘한 맛을 느끼며 추녀 끝 빗소리를 따뜻한 감성으로 바라보고 있다. 3. 차분한 여성적 어조로 호소력과 영혼의 울림을 구축해 가고 있다 기름과 행주에 잘 길들여진 시멘트 부엌과 가마솥 연기에 그른 세개의 아궁이 바닥 한 구석 싸릿대로 얼기설기 짠 감자 소쿠리 불 쏘시개로 준비된 소나무 갈비 아궁이 불을 다스리는 부지깽이 문턱 하나 사이 여물통을 경계로 한 소 마굿간 가물가물 눈꺼풀이 무거운 부뚜막 위 야옹이 잘 어우러진 시골 부엌이 정겹다 「시골 부엌」 이 작품은 시골 부엌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내고 있다. 기름과 행주에 잘 길들여진 시멘트 부엌과 가마솥은 세월의 흐름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중요한 특징은 전통적 정서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전통적 민요 가락인 3음보율을 바탕으로 잊혀져가는 시어들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싸릿대, 소쿠리, 불쏘시개, 부지깽이, 여물통 등 언어의 조화, 감각적인 분위기가 풍경화를 보듯이 선명한 이미지를 창출해 내고 있다. 이 시의 절정은 부뚜막 위의 야옹이를 부엌의 정경 속에 등장시키면서 무생물의 사물들과 살아있는 생명체를 어울리게 배치한 점이다. 부엌에서의 생활을 체험한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세심한 관찰력과 차분한 여성적 어조가 돋보이는 우수작이다. 곱디 고운 삼베옷 곡선이 고운 버선발 마중 나온 꽃마차 빈 달구지의 워낭 소리 이승의 굴레 벗고 하직하라고 저 산을 부른다 북풍은 갈 길을 재촉하고 부스럭거리는 가랑잎 고요한 바람에도 생채기 나는 속내 소쩍새 울음소리 애절하다 척박한 땅 두절된 마음 눈이 내리고 갈망과 참회를 가슴에 묻는다 「워낭 소리」 제목의 워낭은 마소의 목에 거는 방울을 가리키는 단어로, 현대에는 보통 트랙터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기 때문에 보기 드물다. 소로 농사를 짓는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방울 소리이다. 이 작품에서 워낭소리는 북풍, 가랑잎, 애절한 소쩍새 울음 소리와 함께 이승의 굴레를 벗고 하직하라는 슬프고 그리운 영혼의 울림을 표현하고 있다. 이 영혼의 울림은 갈망과 참회의 시간을 거쳐서 나온 맑은 감성의 소리이다. 빈 달구지의 워낭 소리 하나로 일상의 시공간을 고요히 열어가는 시인의 상상력은 이승과 저승의 공간을 아우르는 소리로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사라지면서 사람들 마음 속에 여음으로 남는 워낭소리는 시적 상상력만이 발견할 수 있는 내면의 통로이다. 이 시는 조용한 여성적 어조로 호소력과 영혼의 울림을 구축해 가는 작품이다. 앞마당에 내려앉은 봄 가지런한 마당 건드려 흙냄새 미풍에 너울거린다 분명 훈풍인데 나는 시리다고 한다 발목에 달린 천근의 세월 희미해 가는 등불 칠흑 같은 어둠 밝히는 호롱불 부러워하며 열정은 쭉정이를 닮아 간다 훤한 달빛 닮고 싶은 앙상한 어깨 그믐달이 먼저 올라 앉았다 「그믐달」 이 작품은 시어와 일상어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통해 전통적인 서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인자의 「그믐달」은 서정주의 「동천」을 연상시킨다. ‘내 마음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찬 겨울 하늘에 떠오른 달과 그 달을 비껴가는 한 마리 새의 정경을 순간의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는 서정주처럼 그믐달과 달빛 닮고 싶은 앙상한 어깨를 포착하여 달과 어깨, 천상과 지상을 유영하는 시인의 정신의 폭을 차분한 여성적 어조로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상상력은 달빛을 닮고 싶은 어깨 위에 그믐달이 먼저 올라앉는 정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어깨는 우주의 달이 되고 생명과 우주, 시간과 공간이 확대되는 시 세계를 보여주는 수작(秀作)이다. 최인자 시인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작품은 사랑과 꽃의 시학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복수초, 들꽃, 채송화, 수국 등의 꽃 소재 작품에서 순수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가 많은 시간이 지나도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은 자연과 인간 사랑의 조화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인자 시인은 섬세한 우리말 어휘를 잘 고르고 작가의 언어적 감각에 의해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시인에게 꽃, 달, 바람과 같은 자연물은 심미적 대상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마음을 유추해 낼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벼랑 끝에서 잡은 바깥 세상/ 하얀 치마 폭에 노란 꽃물 들이며/ 오가는 사랑 먹고 삭풍을 견디네 「복수초」’ ‘후미진 산자락에서/ 외로움 달래는 고고한 몸짓/ 겹겹이 쌓인 나이테에 짙은 여운 새기며/ 단아한 이슬 방울 들꽃으로 피었네/ 왕실의 화려한 꽃도/그 향기 알아채고 뒷걸음질하네 「들꽃」’에 스며있는 정서는 섬세하고 조용한 관조적인 자세이다. 최인자 시인의 작품에 바탕이 되는 이러한 기본 자세는 그의 세계관에서 기인한다. 정수유심 심수무성 (靜水流深 深水無聲),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세계관은 그의 삶을 이끌어가는 기본 자세이다. 물은 만물을 키워주는 근원이지만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 남과 다투려 하지 않으며 진실로 속이 꽉 찬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러한 성품으로 살아온 시인의 삶이 그의 작품과 무관하지 않다. 마음이 넓고 깊은 사람은 자신의 재주를 소리 내지 않으며 조용한 침묵 속에 오히려 참된 가치와 의미를 담아낸다. 그의 작품은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 큰 소리로 외치지 않으면서 고요함 속에서 참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차분한 여성적 어조로 영혼의 울림을 구축해내는 것이 그의 시세계의 특징이다. 첫시집 『소녀의 첫사랑』 출간을 축하하며, 순수한 서정과 섬세한 감성이 주는 맑은 영혼의 울림을 그의 시 속에서 만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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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모아 선을 만드는 아이들 예령이와 예은이는 점(ㅤㅉㅗㄲ)을 모아 선을 만드는 아이들이다. 점은 글자 하나하나이고, 선은 한 문장 한 문장이다. 2행시는 두 개의 글자를 이용하여 2행의 문장을 만드는 작업이다. 3행시는 3개의 글자로 3행의 문장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점이 글자이고 선이 문장일 때, 점으로 선을 만드는 일은 창조적 글쓰기이다.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땅의 세계와 하늘의 세계와 상상으로 펼쳐본 우주 공간의 세계가 알록달록 예쁘게 블록을 맞추듯 잘 맞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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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봉 시조집 『자전거 타는 남자』 평설 그는 인간의 삶을 자연과의 조화와 화해로 풀어가고 있으며, 압축과 통일의 기법을 통해 자아와 세계를 확장해가고 있다. 그의 시 세계는 해방의 가능성이라는 의미의 확장을 통해 열린 자유에의 의지를 보여준다. 에드워드 H. 카(Edward Hallet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 산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고 해서 본래의 산은 객관적 형태가 없다거나 무한한 모양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서술하고 있다. 동두봉 시인은 모순과 순리라는 시각의 두 측면에서 사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자연의 필연성과 자기 절제의 미학으로 대상에 접근하기도하며, 열린 자유에의 의지를 담아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 세계로의 지향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 보여도 결국 그가 추구하는 본래의 원형은 그의 시 속에 살아 있는 생명력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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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수 시인은 내면에 전통적인 선비 의식과 바위의 기상을 지닌 지사(志士)적인 시인이다. 냉철하게 진실을 지켜나가는 의지의 시인이며, 인내력과 성실성이 돋보이는 끈기의 시인이다. 한기수 시인은 평생을 대인무기(大人無己)의 자세로 살아왔다. 즉, “대인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장자(莊子) 철학을 실천해온 겸허한 시인이다. 그의 첫 시집 발간을 축하 하며 한국 문단에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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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시인은 2014년 『화백문학』 제58호 시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목인(木仁) 임선영 시인은 그의 아호에서 드러나듯이 나무처럼 어진 사람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성자와 같은 나무이며, 나무처럼 살고자 하는 의지의 시인이다. 임선영 시인은 고고한 인품의 소유자이다. 그는 속이 깊은 사람이다. 그는 청정한 마음을 담은 순수의 서정 세계를 시조(時調)로 빚어냈다. 전통적인 정형시의 틀에 높은 덕과 맑은 풍모를 담아서 난초보다 향기로운 작품을 만들어 냈다. 평생 자식과 남편과 가족에게 헌신해 온 삶의 여정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사랑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 편 한 편의 작품에 자신의 투명한 마음을 담아 그동안 꾸준히 창작해온 시조들을 모아서 이번에 첫 시조집 『새벽달』을 출간하게 되었다. 처음 출간된 이 작품집은 당당한 시인으로 걸어온 삶의 궤적(軌跡)이며 문학적 결실이다. 르네 웰렉은 객관적인 시인과 주관적인 시인의 두 유형의 시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주관적 성향이 강한 시인은 그들의 시작(詩作)이 괴테의 말대로 ‘위대한 고백의 편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체질이나 심성이 작품 자체이며, 자신의 삶이 문학관 자체라는 것이다. 임선영 시인도 그의 사람됨이 작품과 유기적으로 합일되어 맑고 투명한 문학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즉, 그의 작품들은 생활 속의 담론이며, 시인의 위대한 고백이다. 임선영 시조의 문학적 특징을 보면, 부드러움과 깊이가 있는 서정의 세계, 전통적인 정서와 명징한 이미지의 구현, 동양적인 소재와 어머니의 사랑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제, 실제 작품을 통해 시조의 중심에 살아 숨 쉬는 시인의 따뜻한 정서를 만나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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