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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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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하루를 건너며>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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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암 유제범 작가의 새로운 수필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좋은 수필은 한 편만 해도 잘 지은 집 한 채에 빗댈만하다고 하는데 이번에 새로 내어놓은 유 작가의 제2수필집 ‘노을을 바라보며’는 50여 편이나 되니 잘 지은 집 50여 채가 한꺼번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집을 짓다보면 간혹 기둥이나 서까래의 마름질이 서툴거나 하다못해 문고리나 수도꼭지가 잘못되는 수가 있으련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도 허술한 것이 없는 속이 꽉 찬 집이기에 매우 감동이었다. 더구나 이 제2수필집은 종심從心의 나이인 작가가 제1수필집을 내어놓은 지 불과 일 년 반 만에 다시 출간하는 것이니 그의 작품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과 애정에 감탄하면서 또 한 편 큰 복을 받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노을을 바라보며’에서 세속의 성공과 출세인 열복熱福은 없어도 사소한 삶에서 찾는 청아한 복인 청복淸福은 아주 조금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기야 ‘열복’도 없는 것도 아니지만 퇴직 이후 텃밭 가꾸고 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을 쓰며 맑은 마음속에 깨끗한 행복과 자신 속에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으니 청복만큼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즐거운 고갯길’에서 티 없이 맑은 문학 소년으로 꽃과 대화를 나누며 ‘은빛 머리카락’에서 소갈머리는 없을지언정 마음만은 속을 가득 채워보자고 다짐하고 있으니 그의 ‘제2악장과 나의 인생’ 연주는 이렇게 곱고 따뜻한 것이다. 작가는 행복을 찾을 줄 알고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가던 길을 되돌아와 확인한 가스불이 잘 꺼져있는 것도 기쁘지만, 다시 내려가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니 그 사이 사용한 사람이 없었던 지 바로 문이 열릴 때 기쁘고 안전벨트를 매라고 운전기사의 안내가 나왔을 때 ‘벌써 맸구먼’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나는 기쁘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덤덤하게 넘겨버릴 수도 있는 일들이지만 그는 그 순간순간의 일들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기쁠 수만은 없지만 슬픈 것도 뒤집어보면 기쁨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버스를 기다리며’에서 인생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한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작가는 가족은 물론 그와 가까이 한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았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인 ‘스러져가는 불씨를 보며’, ‘사발시계 하나 사 드릴 걸’, ‘술 조사와 숨바꼭질’, ‘연필’ 등에서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눈시울을 적시게 하며 ‘딸의 혼인이 내일이구나’, ‘딸 이사하는 날’, ‘손녀라는 천사’에서는 가족의 사랑이 훈훈하게 묻어 있다. ‘선산벌초와 형제애’, ‘벗들이여’ 등은 우애와 우정을 다짐하고 있다. 작가는 사람뿐만 아니고 집이며, 자동차, 영농관리기까지도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쉽게 갈아치우는 것이 아닌 동반자적 호흡이 있는 인격체로 승화시켜 오래오래 아끼고 사랑했다. 아파트는 26년 반(‘본다는 것’ 쓴 시기이니 아마 30년은 되었을 것 같다), 자동차는 17년 - 그는 자동차라 하지 않고 길벗이라고 했다. 사람 나이로 치면 칠순 가까이 같이 하던 친구를 끝내 안락사 시켜야 했던 안타까움은 마음을 짠하게 했다. 8년 이상 농사일을 도왔던 ‘영농관리기’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것을 잊어 망가뜨린 일을 자책하며 스스로 ‘몰상식’이라고 아파했다. 한편 유 작가는 다양한 경륜에서 얻은 해박한 안목으로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이전에는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 와서는 그르다는 것 즉 ‘작시금비昨是今非’에 대해 따끔한 충고도 하고 있다. 어제까지는 진리이더니 졸지에 그른 것으로 전락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연구결과를 경고하며 그렇게 많은 과학자들을 바보로 만들던 천동설天動說 같다고 했다. ‘오묘한 아파트 이름과 줏대’에서 사대주의 사고를 일갈했고 ‘버스운전사와 전화’에서 법 따로 자기 따로 상황을 한탄하며 ‘전원’에서는 쓰레기를 경고하고 ‘금연딱지’에서는 일본에 대해 표리부동의 전형이라고 질타했다. 아무튼 이처럼 ‘좋은 수필의 요건’을 빠짐없이 갖춘 좋은 집에 첫 방문자로 허락받아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본 것은 큰 행운이었다. 바라건대 많은 독자들이 댓돌이 닳도록 이 집을 방문하여 정암의 뜨락에서 작가가 아낌없이 선물하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 속에 수필의 맛과 멋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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