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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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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 산 70-7번지
- 나는 노동자 박영재입니다
이수경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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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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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마음에 품게 될 소설”
딸이 중학교 1학년 때였을 것이다. 어느 날 저녁 그 애가 울면서 내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였어? 그렇게 나쁜 나라였어?” 나는 놀라서 눈물에 젖은 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이는 내 서가에 꽂혀 있던 『전태일 평전』을 읽었던 것이다. 그때가 1997년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뭐라고 대답했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딸아이가 내 대답을 듣고 “지금은? 지금은 아니지?”라고 되물었던 것만 기억난다. 이수경의 소설을 읽고 그때가 생각났다. 왜냐하면 이수경의 소설을 읽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내내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고개를 들자 머리가 아팠다.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사람을 울리는가? 왜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이수경이 노동자 박영재에 대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나는 당연히 소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평전을 쓸 수 없어서가 아니라 소설로 써야만 박영재의 이야기가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시대를 가로지르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기대했던 대로 그 일을 해냈다. 이수경은 늦은 나이에 등단했지만 첫 번째 작품집 『자연사박물관』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소설들을 읽고 조세희 선생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그랬다. 무려 40여 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우리 앞에 난장이-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환한 이수경은 우리가 지금도 조세희 선생이 그려낸 난장이 가족의 소외와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수경은 첫 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에서 전태일의 시대에서 박영재의 시대까지, 그리고 오늘 이 순간까지 끝나지 않는 노동자들의 희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2012년 5월 14일 통합진보당 중앙당사 앞에서 분신해 같은 해 6월 22일에 숨을 거둔 노동자 박영재의 유서에서 시작된다. 소설가인 화자는 박영재의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 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언론의 마녀사냥에 의해 덧씌워진 ‘종북’이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들, 소위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입장을 강변하다가 죽은 사람이라는 박영재에 대한 선입견이 아직도 여전히 이 사회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보정당의 일에 무관심한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그런 선입견마저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예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박영재가 누구인지도 모를 것이다. 편견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은 외려 그 당시 통합진보당에 대해서 잘 알고 있던 사람들, 진보 진영의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일 것이다. 이 소설을 쓰는 작가가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지점도 그곳이었을 것이다. 확증편향으로 굳어진 편견에 맞선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렵다. 이수경은 영리하게도 이 지점을 소설만이 펼칠 수 있는 상상력과 서사의 힘으로 돌파해 나갔다. 박영재에 대한 책을 쓰는 고민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박영재의 영혼이 쉬고 있는 그곳,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인 마석, 산 70-1번지에서 영혼으로 만나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고 보듬는 민주열사들의 영혼의 대화로 확장되면서 우리를 노동과 역사와 정치와 인간의 삶 이 촘촘히 들어차 있는 처절하고 슬픈 서사 속으로 끌어들인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수많은 열사의 이야기는 우리가 도대체 어떤 사회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하고 끝내 눈물을 쏟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었던 나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한다. 죽임을 당하거나 죽음을 선택한 그들은 이제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영혼들의 세계 에서 자유롭게 벗하며 지내고 있지만 살아있을 때 우리와 똑같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꿈꾸고 일하며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죽임을 당했건 죽음을 선택했건 소설을 읽는 동안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져 그토록 공감하고 슬퍼지는 것이다. 죽었다고 아무나 열사가 되느냐고 모욕하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이들이 불쌍하다. 죽음에 이르는 길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였을 때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책임을 느끼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고 해서 ‘열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호명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자기 가족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들은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처럼 희생된 사람을 내 자식처럼 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소설에서 민족민주열사묘역이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수경은 이 책을 쓰기 전부터 이곳에 자주 다녔다. 그가 열사들의 삶에 관심을 가진 것은 매우 오래된 일이다. 유가협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의 부모님들과 안면을 익히며 지내기도 했다. 지낸 지도 오래되었다. 그는 유가족이 아님에도 그들에게 강한 유대감과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늘 그들을 위로하려고 갔다가 오히려 자신이 위로받고 왔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 사람이기에 소설에서 자연스럽게 열사들의 영혼의 대화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작가가 만난 사람 중에 “박영재 당원이 이제라도 해방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진보정당이나 박영재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이었음에도 이수경은 이 말에 의구심을 품는다. 과연 해방되어야 하는 것이 박영재일까? 작가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흔든다. “아물지 않은 상처로, 눈물을 흘리면서 애도할 수 없는 닫힌 슬픔으로, 마주할 수 없는 불편으로, 부담으로, 외면으로, 오해로, 과제로 여전히 침묵하는 사람들이 해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박영재가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누구도 그때의 그에게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박영재는 삶을 떠나는 순간 해방되었다. 아무 계산 없는 순수한 희생으로 자신의 생을 던진 박영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박영재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란다. 이수경은 자신이 만난 노동자 모두가 이 시대의 증언이고 책이고 전태일이고 제종철이고 박영재라고 했다. 그들 속에 자신이 전해 들은 박영재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이수경이 만난 노동자들은 “책 잘 써 주세요. 그 사람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수경은 최선을 다했다. 이수경은 이 책이 작은 나침판이 되고 지도가 되어 어느 한 사람의 마음에라도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성공했다. 이 책은 내 마음에 아주 깊이 스며들었다. 딸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해야 할까. 나처럼 눈물을 흘리겠지. 그리고 생각해 볼 것이 다. 전태일의 시대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왔는지, 지금은 그때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이제 우리나라는 그때처럼 나쁜 나라가 아닌지. 이 소설을 쓰느라고 봄을 앓고 여름을 앓고 가을을 앓고 겨울을 앓아야 했던 작가에게 위로와 상찬의 말을 건넨다. 몸과 마음이 몹시 지쳤겠지만 이제 안심하라고, 눈 밝은 독자들이 좋은 책을 알아보고 나처럼 마음에 담을 테니 걱정 말라고. 비가 내린다. 마석, 산 70-1번지에도 비가 오겠지. 오늘밤 열사들의 영혼은 비에 젖은 무덤가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까? 오늘은 누구를 위로하고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줄까? 그곳은 비 오는 밤에도 아주 환하게 빛날 것 같다. 맑은 영혼들이 모여 있으니 말이다. 노동자 박영재와 그의 친구들의 영원한 안식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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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밥상
- 세상의 저녁을 따뜻하게 하는
오인태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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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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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소홀히 하면서 세상을 구할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혼자 밥 먹는 일은 누구에게나 조금은 쓸쓸하고 울적한 일이다. 이 남자는 혼자서 씩씩하게 밥을 짓고 정갈하게 상을 차린다. 그는 속삭인다. 내 밥상 앞에 마주앉아 보라고. 어머니가 정성 들여 차린 밥상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수저질하던 행복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시인은 그 눈물겨운 따뜻함을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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