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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시
이름:
박찬일
성별:
남성
국적:
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1956년, 대한민국 강원도 춘천
직업:
시인 대학교수
최근작
2024년 9월 <
기쁨의 총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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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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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꽃들이 당신을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
ㅣ
예술가시선 39
류승도
(지은이) |
예술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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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인간의 조건이다. 겔렌의 그의 ‘철학적 인간학’에서 공식화됐고, 류승도의 『세상의 모든 꽃들이 당신을 생각하는 이유가 된다』의 문학적 인간학에서 공식화, 혹은 되풀이되는 것 같다. 내가 결핍인 이상 나의 생존도 결핍에서 예정, (‘나의 시가 나의 삶’-‘나의 삶이 나의 시’라고 자서自序에 밝혔듯이) 나의 삶도 결핍에서 예정, 나의 시도 결핍에서 예정된 듯하다. 결핍이 생존을 위협한다면 꽃들에게도 도움을,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류승도의 절실과 절박이 시적 구원과 삶의 구원의 일치-일체를 요구한다. 참척의 고통, 본인의 투병, (잠재적인) 생태적 사유에 근거한 세계의 몰락의식 등은 감당의 도를 넘은 것이 분명하나, 류 시인은 ‘이것들’을 예술가적 미적 현상에 가두려고 했을까? 했나? 미적 현상으로―음악音樂으로 세계를, 무엇보다 세계와 자아를 정당화하려 했을까? 곡진과 핍진의 변증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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댑싸리비
ㅣ
예술가시선 35
신종찬
(지은이) |
예술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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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존재로서 제한된 존재론의 영역에서 살았으나! 시詩적 예술적 상상 및 역사적-지리적-자연적 상상력을 통해 자기 영역을 한껏 넓힌 시인이 있다. 인간-세계만을 주시하지 않고, 사물-세계 또한 배려해, 인간, 역사, 동식물 간間의 민주주의, 모두가 객체인, ‘객체들의 민주주의’를 구체화한 시인이 있다. 신종찬 시인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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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동물원에 떨어진다
ㅣ
예술가시선 34
이희교
(지은이) |
예술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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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이희교 시인에서 퀄리아의 명수를 느꼈다. 인공지능에서 생물학적 기능의 한계를 문제 삼으면, 그건 우선적으로 퀄리아에 관해서이다. 인공지능이 ― 모든 감각의 퀄리아 인지 기능이 제한적이라면 ― 인간과 대적할 게 아니다. 이희교 시인에게 대적할 인공지능은 불가능하다. 당연하겠지만서도 ‘이희교 시인’이 그만큼 특별한 느낌을 준다는 것.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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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단풍나무
ㅣ
예술가시선 31
김용민
(지은이) |
예술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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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유물론에는 ‘변혁’의 냄새가 들어간다. 유물론적 변화-변혁이다. 변증법적 유물론이다. 변증법적 시쓰기이고, 이를 넘어 변증법적 현실주의적 글쓰기이다. 김용민의 시에서 서정적 진술이 먼저 가고, 유물론적 현실비판 진술이 그 뒤를 따르는 것을 말할 수 있다, 혹은 부인할 수 없다. ‘누가 이익을 보는가’Cui bono와 ‘누가 손해를 보는가’Cui malo로 쉽게 가를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어느 것으로도 손해를 보는 쪽이 있고, 어느 것으로도 이익을 보는 쪽이 있다. ‘깊은 고민’이 유연한 유물론을 낳는다. ‘유물론적 상상력이 도달한 곳’이 생태주의였다. 유물론적 생태주의가 김용민의 시편들에 의한 영향미학적 키워드이다. 인간에 대해 묻고 인간에 대해 대답하면서 부지불식간에 그의 생태주의가 드러난다. 인간중심주의에 대립하는 생태주의, 즉 생명을 생명 전체에서 바라보는 생태주의, 넓은 의미의 따뜻한 마르크시즘을 드러낸다. 김용민시인은 홉스, 쇼펜하우어, 니체에 이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만물에 대한 만물의 투쟁, 만연한 ‘상극相剋에의 의지’Wille zur Entzweiung를 말한다. 디오니소스 ‘근원적 일자’das Ur-eine가 통찰한 근원적 모순과 근원적 고통을 말한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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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라 읽어주세요
ㅣ
예술가시선 30
이진옥
(지은이) |
예술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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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시인 화자는 “쓸모없는 것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시인의 숙명이라고 절묘하게 비껴간다, 절묘하게 표현했다. 시인은 쓸모없는 일을 하는 자가 맞다. 벽돌 한 장 찍으면 생겨나는 그 생산성이, ‘그 소득’이 없다. 시 한 편을 쓰는 행위와 벽돌 한 장 부리는 일의 차이는 소비행위와 생산행위의 차이이다. 시작(詩作) 예술은 절대적 소비행위이다. 시인의 자부심-자긍심은 생산행위가 아닌, 소비행위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 논리[생산성 원리의 절대화―이익의 절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여전히 시인 예술가의 자긍심이다. 문제는 모래다. 할 일 없이 모래를 씹고, 또 씹는 자가 시인 예술가이다. 詩 「가자 세헤라자데」는 詩人의 詩이다. 사라지는 것은 사라진다. 천천히 혹은 빠르게 사라져 갈 뿐이다; 시詩도 그렇다. 시에 대해서도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한다. 사라지기 전에 많이 알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삶이 포함된 시가 있고, 삶이 제외된 시가 있다? 「수평으로 내리는 눈」은 내재성(Immanenz)의 승전가, 이른바 ‘내재적 논리’에 충실한 詩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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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눈사람
ㅣ
예술가시선 28
한연순
(지은이) |
예술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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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리히F. Strich는 영원(성)에 대한 관심을 ‘철학적 인간학’의 주요 범주로 보고, 고전주의적 영원성의 반영으로서 완전성Vollendung을 말하고, 낭만주의적 영원성의 반영으로서 무한성을 말한다. 한연순 시인에게 완전성도 잠시이고(이것은 ‘서시’와 표제시 「분홍 눈사람」 이후 계속해서 드러난다), 무한성도 잠시이다(이 또한 ‘서시’와 ‘표제시’ 이후 계속해서 나타난다). 사랑 청춘 불꽃 ‘나이’ 등은 매 순간 완전성을 표상하나, ‘분홍’으로 완전성을 표상하나, 사랑 청춘 불꽃 나이는 매 순간을 참지 못하고 완전성을 허물어뜨린다. 그들은(사랑 등은) 또한 무한성을 지향 동경하나, 서시序詩 「불변의 법칙」의 내용 그대로, 사랑 등은 ‘눈사람’이어서 무한성 또한 ‘햇빛’에 추풍낙엽이다. [정답이 없는 게 정답이다?] 사랑에서 ‘사랑의 죽음’으로 가지, 사랑의 죽음에서 사랑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완전성[공간]이 허물어지는 것과 무한성[시간]이 허물어지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는 ‘영원의 시학’에서 볼 때 서로 다르지 않다. 무한성을 표상하나 한계에 의한 무한성이고, 완전성을 표상이나 불완전에 의한 완전성이다. 한연순의 시집 『분홍 눈사람』의 전편들에 대해서 일상의 언어로 영원을 붙잡은 공력을 말해야 하고, 붙잡은 순간 그 영원을 놓아버린 공력(功力, 工力) 또한 말해야 한다. 분홍을 눈사람으로 만든 공력을 말해야 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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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동동다리
ㅣ
예술가시선 27
이보경
(지은이) |
예술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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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윤리학이다. 이항 대립을 설정하고, 막무가내 손익을 따지는, 전체주의적 동일성 사유를 ‘겸손히’ 거부한다; 이보경 시인의 시편들이 ‘타자의 윤리학’의 구체화이다. 자기 존재론의 구축과 그 존재론에 의거한 ‘타자’의 인식이 아니라, 타자의 무한성에 대한 인정과 그 인정에 포함되는 겸손함이 이보경의 시편들을 관류한다.
8.
미리보기
모자입니까
ㅣ
시작시인선 368
이귀영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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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위(interregnum)의 시대, 혹은 대공위大空位의 시대다. ‘왕은 죽었고, 새로운 왕은 오지 않았다’. 혼란의 시대이다. 위기가 기회인 시대? 가만 손 놓고 있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귀영의 우선적 관심과 촉수는 1과 2가 아니다. 이귀영은 이진법으로 세상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1과 2 사이의 무한수에 관점과 촉수가 뻗쳐 있다. 1.1, 1.2, 1.3…… 혹은 1.01, 1.02, 1.03…… 혹은 1.001, 1.00012, 1.000013에 주목한다. ―사소한 것들, 그동안 무시된 것들에 주목한다. 이귀영의 시편들은 동일성의 사유들에 대한 일관된, 일련의 끊임없는 저항물이다. 이귀영의 1과 2 사이에 있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심은, ‘약간’ 및 ‘조금’에 대한 관심은, 1과 2에 대對한 저항과 무관하지 않다. 벌거숭이 생명들에 대한 관심은 1과 2에 대한 (결사)항전이다. 이항대립체계로 옹위된 것을 흔들려는 시도이다. 이귀영의 작시술(Dichtkunst)을 말할 때 몽타주 알레고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음으로서의 별자리가 ‘하늘의 비밀’을 폭로하듯, 이귀영은 몽타주 병렬 양식 및 알레고리 병렬 양식으로 1과 2 사이를 드러냈다. [1과 2의 상호 은밀한 공모를 폭로했다] 시집 『모자입니까』는 그동안 비어 있던 1과 2 사이의 무한수를 메꾸려는 이귀영의 유쾌하고 대담한 시도이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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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행성 사과밭
ㅣ
파란시선 55
고광식
(지은이) |
파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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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가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고 했을 때 이와 비슷한 격률을 고광식의 첫 시집 <외계 행성 사과밭.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어두운 것은 문해(literacy)의 쉽지 않음에 관해서이고, 깊은 것은 사유의 간단하지 않음에 관해서이고, 아름다운 것은 시학적 감동의 끊이지 않음에 관해서이다; 전체성과 총체성이라는 기호를 통해 고광식의 첫 시집에 접근하는 것이 낫다. 고광식의 시편들에서 전체성과 총체성이 상호 견제적으로 상호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런 시도 있고 저런 시도 있다’가 그 표상인 헤테로글로시아나 하이브리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 통합과 화학적 융합이 변증법적으로 지양된 고광식 고유의 시적 지형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주지하다시피 전체성 시학과 총체성 시학은 모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는 사회에서 그 모순에 대응하는 두 가지 상이한 방식에 관해서이다. 고광식의 시편들에서 전체성(Ganzheit)과 총체성(Totalit?t)을 따로 떼어 말할 수 없게 된 것은 (고광식이) 분열?대립?모순?불화를 몽타주, 콜라주, 병렬 양식 등을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전체성), 동시에 분열?대립?모순?불화에 ‘예술가의 손’을 개입시켜 편편 유기적 구조물을 만들어 내었기(총체성) 때문이다; 사회적 존재론이 전체성 시학을 통해 먼저 가고, 예술적 존재론이 총체성 시학을 통해 그 뒤를 따랐다; 고광식은 첫 시집 <외계 행성 사과밭>을 통해 자기만의 지식에 안주해서 시(詩)에 도달하려는 인텔리전스 예술가 지식인이 아닌, 의식의 안과 바깥을 부단히 넘나들며 시에 도달하려는 익스텔리전스(extelligence) 예술가 지식인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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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자리
ㅣ
예술가시선 19
유정옥
(지은이) |
예술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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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의 무의미시가 세계의 의미화에 대한 반작용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처럼, 유정옥의 서정시 또한 세계의 의미화에 대한 반작용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인생은 무의미한 인생이다.’ 무의미한 인생이 대여의 무의미시를 낳았고,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인생이 (유정옥의) 서정시를 낳았다. 유정옥의 ‘의미 없음’이 얘기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풍경화가 의미 없음을 얘기하는 것처럼, 서정적 서정시가 또한 의미 없음을 얘기한다. 풍경화가 무의미로 의미를 비판하는 것(모네의 풍경화 사건)과 서정시가 무의미로 의미를 비판하는 것(유정옥의 서정시 사건)은 상호 유비관계이다. 서정시 사건(혹은 풍경화 사건)은 ―이를테면 정적인 것으로 해서 ― 자본주의적 생활 양식에 대한 비판을 가장 많이 포함한다. 유정옥의 서정적 서정시는 ‘부정적 분노’의 목소리를 통해 ‘미력한 현존’에 대해 정면으로 승부하지 않고, 우회적 언로를 통해 존재의 ‘출구 없는 상황Weglosigkeit’ 및 ‘고향상실의 상황Heimatlosigkeit’을 숙고하게 한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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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망상
- 이상과 시
이낙봉
(지은이) |
토담미디어(빵봉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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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형이상학이라고 써본다. 이낙봉은 시편 「시답잖은/시답지 않은 ─문장만들기」를 “돌고 도는 격정의 하늘을 알 수 없습니다, 모두 지나가는 구름입니다, 헛 헛 헛 헛배가 불러옵니다, 라고 억지로 써본다”라고 끝냈다. ‘문장만들기’가 암시하듯이 이낙봉의 이번 여섯 번째 시집 『망상망상』은 거의 전부 메타 향기로 채워져 있다. 말이 메타시이지 자신을 자신이 내려다보는 점에서 ‘분열된 자아’를 말하는 것이 훨씬 낫다. 『망상망상』은 분열된 자아의 구체화이다. 이낙봉과 나는 10대부터 가깝게 지낸 사이이다. ‘골방’이라는 모임의 중추멤버이기도 하다. 또 하나 이낙봉에서 말해야 할 것은 시니시즘이다. 이것이 「시답잖은/시답지 않은」이라는 연작시에서 극적으로 표출되었다. 이낙봉 하고 함께 있을 때 즐거운 것이 이낙봉 시인이 술을 아끼지 않고 마시는 것을 구경할 수 있는 점이다. 이낙봉 시인은 소주를 정직하게 마시고, 나는 막걸리를 눈치 보면서 마신다. 『망상망상』은 이낙봉 시인이 갑년을 맞아 상자하는 시집이라는 점에서 그동안의 시작업을 일부 결산하려는 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첨병 이낙봉의 시세계가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하다. “60년 동안 막 굴린 몸이 심각하게 반항하는 모양이다”(「시답잖은/시답지 않은 ─검진」)라고 이낙봉이 말했다. 이낙봉의 오랜 지기로서 건강 좀 챙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낙봉의 시절’까지 몸 건강히 기다리라는 말이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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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시간
ㅣ
현대시학 시선 1
이연옥
(지은이) |
현대시학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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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운명이다. 시에 대한 운명애(「아모르 파티」)이다. 이연옥의 이번 시집 《나비의 시간》 은 대개 혼자 있어도 무섭지 않고, 대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대저 ‘독존의식’에 관해서이다. 독존의식의 다른 말이 ‘소립자’이고, 독존의식의 또 다른 말이 단자monad이다. 이연옥에서 운명애를 말할 때 그것은 독존으로서의 운명애, 소립자로서의 운명애, 그리고 단자로서의 운명애이다. 소립자에게 외로움이 있을 리 없고 무서움이 있을 리 없다. 소립자의 절정으로서, 그리고 단자의 대표적 표상으로서 태양에게 외로움과 무서움이 있을 리 없다. 아모르 파티amor fati를 얘기하는 여자는, 니체에 기대면, ‘여자’가 아니라 초인간이다. 이연옥 시인이 태생적 시인인 것은 그의 강렬한 리듬과 강력한 어조 때문이다. 강력한 리듬과 강렬한 어조-언어가 시인을 또한 초인간에 들어서게 했다. 절창인 「봄」의 말미에서 이연옥이 “나를 깊숙이 넘어오는 발자국, 저// 비수”를 말할 때 비수가 초인간over-man과의 접신에 관해서 아니었던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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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퇴장하면] 강남이 강남일까
ㅣ
시작시인선 211
이귀영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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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영의 사유가 전全방위로 외연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만큼 ‘존재’에 대한 물음도 깊어간다. 몰락하는 시대의 예술로 ‘몰락하는 예술’을 말할 때 이것은 형식에서도 유효하다. 묵시론적 상상력에 따르는 ‘기표의 유희’가 시집 『[우리가 퇴장하면] 강남이 강남일까』를 압도한다(「[우리가 퇴장하면] 강남이 강남일까」 「슬퍼하는 자와 기뻐하는 자와 우는 자와 웃는 자와 푸른 버스에 나란히 서 있을 뿐이다」 「우리는 시작한다」 「하루를 건너는 법」 「빨주노초파남보」 등).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소위 ‘최종이론’)을 경제학이나 사회생물학에서 말할 것이 아니라, 양자물리학에서 말해야 한다(보다 근원적이기 때문이다). 양자물리학에서 그러나 표준모형이론, 통일장이론 등을 포함하는 ‘모든 것의 이론’ 또한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 나는 중이다.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지질학적 연대기가 말해주듯이 인류는 지구[역사]의 중심이 아니다. 설령 ‘모든 것의 이론’이 있다손 치더라도 인류는 그것이 밝혀지기 전에 퇴장당할 운명일 가능성이 높다. 인류학적 상상력이 넘실넘실 넘쳐나는 표제시 「[우리가 퇴장하면] 강남이 강남일까」는 “피투성”(「피투성被投性」)을 특징으로 하는 인간에 의한 것인 ‘인간중심주의’에 의문을 던진다. ‘우리가 퇴장하면 강남이 강남일까’는 ‘인류가 퇴장당하면 우주가 우주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인류는 강제로 퇴장당할 확률이 높다. 이귀영 시인의 이전 시집 『그린마일』을, 특히 거기에 수록된 ‘6도의 악몽’ 「마크 라이너스는 말한다」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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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다듬는 여자
ㅣ
황금알 시인선 121
오세경
(지은이) |
황금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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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경 시인은 천상 詩人이다. ‘詩人’ 속으로 들어가 문을 안에서 잠그고, 스스로 詩人의 詩가 되었다. 오세경의 詩는 그러므로 잠긴 문 안 깊숙한 곳에서 부른 노래이다.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것이, 우주 가장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존재자의 노래가 아닌] ‘존재’의 노래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오세경의 詩는 문밖의 文法을 벗어난 것으로서, 근원적 멜로디, 즉 ‘물자체의 직접적 발현’이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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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
ㅣ
예술가시선 1
안수환
(지은이) |
예술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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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환의 도저한 사유가, 神學Theologie─존재론Ontologie─존재철학Ontosophie─ '존재신론'[존재Onto-神Theo-론Logie]을 관통하면서, 본인 고유의 형이상학적 체계를, '존재'에 대한 응답인 것으로서, 언어를 통해 전경화 시켰다. 안수환은 이에 관한 한 20세기-21세기 한국의 거의 독보적 詩人이다. 詩人 중의 詩人을 말해야 할 때, 안수환을 먼저 떠올릴 일이다. 안수환은 문학판-정치판의 그 雜音에 응답하지 않는, 오로지 '존재音'에 응답하는 존재자로서, '고유한 철학으로서 詩세계'를 구축해왔다. 세치 혀로 詩를 하지 말고, 온몸으로-진정성으로 詩를 하렸다! 안수환의 정언명령이 아닐 리 없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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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청포구 바람 소리는 내게 잠언이었다
ㅣ
토담시인선 15
차영순
(지은이) |
토담미디어(빵봉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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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순수이든-경향이든-‘목적’이든 모두 목적에 포함되는가. “산을 넘는”데 필요한 것은, “고비고개”를 넘는데 필요한 것은, “어느 남학생의 눈빛”이라고 한다. 그것도 “과학실의 실험 재료가 되기엔 너무 아까웠던” 어느 남학생의 눈빛이라고 한다. ‘어느 남학생의 눈빛’이 표상하는 것은 ‘구원’이 아닐까. 그 구원이 예술이 아닐까. 차영순이 예술-구원을 통해 세상을 넘어가려고 한다? 모두 형이상학이고 모두 목적문학 아닌가. 목적문학은 ‘혼란스러운 목적문학’이다; 차영순이 차영순의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려고 한다. 벌거벗은 생명-조에를 보려고 한다. 불행한 이웃에 대한 연민이 변화-변혁의 혁명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시인은 ‘그를 위해’ 행복하다.
17.
빵나무아래
ㅣ
시작시인선 121
권혁수
(지은이) |
천년의시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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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쾌락에 의한 행복이 아닌, 지혜에 의한 행복을 강조한 사람. 사해동포주의, 만민평등주의가 배달하는 행복이 포함되리라. 이웃의 행복에 의한 나의 행복이 포함되리라. ‘상대방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즉시 증오를 연민으로 바꾸는 것도 아우렐리우스의 지혜의 철학에 포함되리라. 연민(compassion)은 열정(passion)에서 비롯되니 지혜에 열정이 포함되리라. 권혁수의 시들을 우선 연민의 미학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 것 같다. 문제는 화자의 관점이 당당하다는 데에 있다. 비록 연민의 문제를 토설하고 있지만 구질구질하지 않은 어조에 도달한 데에 있다. ‘객관적 연민’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 유머”(헤겔)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연민에 생활이 포함되지만 생활에 연민이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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