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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무한 집 ㅣ 글나무 시선 4
이준희 (지은이) | 글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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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대상을 어떻게 대하느냐, 혹은 시적 대상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시작의 방향이나 시의 기율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런저런 연유로 90년대 이후 시인이 양산된 한국의 경우, 시법의 특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경향의 시인이 훨씬 많은 편이지만, 시에 대한 강력한 의식을 가진 시인들은 자신의 방법적 기율과 개성적 화법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준희 시인의 시편을 읽으면서 그의 시적 발상과 화법이 독특한 만큼 차이 나는 시 쓰기에 일단 성공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는 시적 대상을 대하는 태도와 접근법에서 미묘한 해학과 풍자적 어법을 구사하고 있고, 흔히 반어적 대우법을 결부시킴으로써 시적 개성을 뚜렷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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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시간 ㅣ 기획시선 (문학과사람) 10
임애월 (지은이) | 문학과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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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시대에 시골로 내려가 복숭아 과원을 가꾸며 시를 쓰는 임애월 시인의 역주행은 아름답다. 도시적 욕망 사회가 퍼뜨리는 가짜 자유와 불임의 황무지적 삶을 청산하고, 오염과 파괴로 말미암은 환경재앙으로부터 생명체의 터전인 지구별을 살리기 위해 원시적 야생성의 자연으로 돌아가 무소유의 자유와 정신주의적 사상을 실천하는 시인, 그가 빚어내는 시편은 사리(舍利)처럼 정결하다. 또한 진정성의 울림이 파동 치는 그의 정교한 시는 어느 시신(詩神)이 설산 암벽 속에다 새겨 숨겨놓은 시를 떼어 와 적어 넣은 것이 아닌가 싶게 진실하다. 다소 불편한 아날로그적 방식이 인간의 심신은 물론 자연의 건강에도 유효함을 믿는 시인은 ‘자서(自序)’를 통해, 스스로 터득한 자연친화적 삶의 보람과 정신사상을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고 감명 깊게 적어 놓았다. 흰구름의 동행자로 삼고 싶은, 복숭아 농사와 감 농사의 결실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임애월 시인의 시집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건강한 야생성 회복의 지구별이 되고, 그 맑은 세상에서 우리가 살게 되기를 소망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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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면서 핀다
이춘하 (지은이) | 글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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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하의 시는 외면상 편안하게 읽힌다. 그것은 시인이 마련한 시적 장치들이 친밀감을 유도하는 구실을 넉넉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디고 느린 듯한 늘임 문체와 전폭적인 의인화 기법, 말 걸기의 대화 형식 등은 해석의 지연을 유도하여 시 텍스트를 밀도 있고 친숙하게 읽도록 만든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쉽게 그 속내까지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연상과 병치적 기조에 토대한 상상력은 세계에 대한 깊고도 유니크한 해석, 혹은 화가나 작가, 그림이나 소설 속의 인물과 풍경에 대한 재해석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시인의 이 같은 태도의 시학은 존재론적 관계의 작용, 시간과 사물의 반복이 빚어내는 실존적 감동과 생명의 은밀한 환희로 승화시켜 내었다. 긴장하는 인간을 존재의 심연으로 미끄러지게 하는 시인의 해학적 감각은 앞으로도 그의 시세계를 한층 윤택하게 할 것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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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자의 옷 ㅣ 서울시선 230
성기조 (지은이) | 문예운동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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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의 고독과 쓸쓸함의 정서, 모성에 대한 思慕사모와 회한, 자식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 세상 돌아가는 부조리한 국면의 담론들, 그리고 그 모든 상념을 지니고 우리의 始原시원 이 살아있는 몽골의 대평원과 대제국의 흔적, 노마드(Nomad)의 삶의 구조와 풍속 등을 돌아본 생의 대장정이 관조와 연륜의 새 시집 <인상주의자의 옷>에 함축되어 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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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횡단하는 당나귀 ㅣ 빛나는 시 100인선 6
김용언 (지은이) | 인간과문학사(신아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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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시인은 일상적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여 때로는 리얼하게, 때로는 상징적 비유로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가미하며 시를 끝까지 읽어나가게 만드는 마력적 형상력을 보여준다. 이는 그의 예사롭지 않은 밀착적 체험과 사물에 대한 무서운 통찰력,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 그리고 시적 담론을 끌고 가는 유혹적 언술 능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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