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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권일

출생:1976년, 대한민국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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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최소한의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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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이 책은 대한민국의 근대화 서사를 해부하는 것이 왜 남성성 비판이자 가족 로망스 분석일 수밖에 없는지를 예리한 직관으로 논증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그 서사가 남성성 신화의 단순한 반복이기보다 창조적 변용이었음을 알게 된다. 오늘 한국 사회가 그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 책은 생생한 현재성을 지닌다.
2.
산업재해는 건설 현장, 공장만이 아니라 일상의 도로에서도 일어난다. 그것도 가장 빈번히. 배달노동자의 기가 막히는 산재 사례를 읽다 보면 대한민국이 왜 ‘산재공화국’이 됐는지를 실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플랫폼경제는 최첨단의 구원자이기는커녕 인간의 피, 땀, 눈물을 은폐한 채 굴러가는 파괴의 수레였다. 배달라이더 박정훈은 매일매일의 치열한 노동을 통해,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세계의 추문을 누구보다 적확한 언어로 폭로한다.
3.
  • 시험능력주의 -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 김동춘 (지은이) | 창비 | 2022년 5월
  • 20,000원 → 18,000원 (10%할인), 마일리지 1,000
  • 9.8 (17) | 세일즈포인트 : 1,408
능력주의에 대한 일반론적 비판은 상당수 나왔고,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한 분석서도 출간되었다. 이 책은 초점을 더욱 날카롭게 벼려 ‘시험능력주의’를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오랫동안 한국의 사회문화적 현실에 천착해온 사회학자 김동춘은 구조적이되 성찰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해부한 다음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다. 시험을 매개로 한 한국 특유의 능력주의에 관심 있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4.
『시트콤』은 언캐니(uncanny)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데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글이 동영상으로 재생되는 느낌이다. 소설은 있을 법하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을 꿰어 황당무계한 아수라장을 만들어낸다.
5.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리틀 브라더》는 ‘감시사회’라는 고전적인 재료를 해킹과 반문화라는 스파이스로 버무려 청소년판 《1984년》으로 맛깔나게 차려냈다.
6.
《리틀 브라더》는 ‘감시사회’라는 고전적인 재료를 해킹과 반문화라는 스파이스로 버무려 청소년판 《1984년》으로 맛깔나게 차려냈다.
7.
예기치 않은 리얼리즘이 되다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청소년이 독자이지만, 작품 속 청소년은 교육과 계몽의 객체로 대상화되기 일쑤다. 그런데 이 책 『좀 비뚤어지다』는 청소년문학의 고질적인 강박에서 이례적으로 벗어나 있는 작품이다. 치유를 위한 상처, 화해를 위한 갈등, 사랑을 위한 증오 같은 인위적 장치들은 이 작품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여기에는 ‘어른 없는 세계’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어른이 아이의 세계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먼발치서 지켜보고 있던 어른들이 마지막에 등장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처럼 사태를 수습하는 일도 없다. 『좀 비뚤어지다』의 세계는 어른이 아예 공백 처리된 시공간이다. 여기서 움직이는 어른이 있다면 모두 좀비다. 좀비가 아닌 어른들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어떤 형이상학과 세속적 양식들마저 사라진 파국의 상황에서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결사적으로 뛰고 싸운다. 정선영 작가는 아이들의 가쁜 숨을 형상화하듯 문장을 잘게 쪼갰다. 글의 속도감은 파죽지세, 쾌락적일 정도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오늘날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영상매체의 언어에 훌쩍 가까워졌다. 한편 2014년 4월 16일 이후, 『좀 비뚤어지다』는 예기치 않은 리얼리즘이 되고 말았다. 좀비들이 아이들을 죽이고 뜯어 먹는 세계는, 곧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에 대한 적나라한 은유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9일 출고 
두산그룹의 색깔이 있다면 극단성과 노골성이다. 그들은 노동자 손배 가압류를 처음 시작하지도 않았고, 대학 기업화의 선구자라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두산이 일단 손대기만 하면 지독한 사회문제가 됐다. 노동자 배달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손배 가압류가 그랬고, 중앙대학교의 '구조 조정'이 그랬다. 이 책은 재벌에 저항한 어느 대학생의 악전고투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노영수는 자신의 비겁함을 고뇌하거나, 싸울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발 디딘 자리에서 곧장 뛰어들어 싸웠다. 쌍끌이 어선을 탈 때 그는 게공선의 노동자였고, 타워크레인에 오를 때는 김주익이자 김진숙이었다. 당신이 노영수라는 이름을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기억해야 한다. 뉴욕, 쿠바, 멕시코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저항의 젊은 초상이 있었다.
9.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맑스는 “인간 해부는 원숭이 해부의 열쇠”라 했다. ‘잉여’라 불리는, 스스로 ‘잉여’라 부르는 존재들에 관한 최태섭의 이 통찰력 넘치는 분석은 우리 미래에 대한 부검기록일지 모른다. 자본주의는 끝내 거의 모든 존재를 잉여화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10.
‘현대’를 ‘발명’한 괴짜들에 관한 흥미진진한 뒷담화 어린 시절의 독서편력을 돌이켜볼 때, 지금도 분이 풀리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어린이 위인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던 괴상망측한 책들 때문이다. 그 책들은 대부분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수상쩍은 인물들을 끝없이 칭찬해댔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이분은 너무 훌륭해서 현실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위인전 속의 주인공들은 나라도 다르고 시대도 다르고 외모도 키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찢어지게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기묘할 정도로 반복되는 불운과 역경을 초인적인 재능과 의지로 맞서 이겨내며 끝내 위대한 인물이 되고야마는 천편일률적 인생역정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철이 들고 나서야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됐다. 위인전 속 대다수 위인의 삶이 실제로는 심각한 알콜의존증이나 성병, 각종 콤플렉스 때문에 엉망진창이었다는 점,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친구를 배반하거나 친구의 애인을 강제로 빼앗거나 이기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 게다가 몇몇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잔혹한 독재자, 살인마, 전쟁광이었다는 점. 그런 책을 찍어낸 어른들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둥 허울 좋은 변명을 늘어놓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그 어른들의 지성이 딱할 정도로 저열했을 뿐이다. 어쨌든 그들 덕분에 어린 시절의 내 정신세계는 그만큼 황폐해졌다. 오직 ‘영웅’과 ‘악당’과 ‘배신자’만 존재하는 삼분법적 세계관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으니 말이다. 요즘의 어린이용 위인전들을 보면, 예전만큼 처참한 수준의 책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영웅/악당/배신자의 삼분법만큼은 여전하다. 그런 책을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독후감까지 써내느니 그냥 컴퓨터게임이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위인전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어른들이 읽는 인물평전도 함량미달인 게 적지 않다. 한국에서 좋은 평전들이 많이 출간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특정한 주제 아래 솜씨 좋게 기획된 인물열전 같은 종류의 책은 여전히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전성원의 이 책 『누가 우리의 일상의 지배하는가』는 거대한 인물의 삶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정통파’ 평전 내지 열전은 아니지만, 기획과 발상, 인물선정, 주제의식이라는 면에서 참신하고 흥미로운 인물열전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교양도서로서는 최고 수준의 엄밀함과 꼼꼼함도 갖추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절대다수(세 명만 빼고)가 미국인이란 점도 재미있다.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되었겠지만, 그만큼 ‘현대’, 20세기라는 시기가 미국이라는 국가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사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상징적 20세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의 방증이 아닐까. 이 책에는 헨리 포드, 월트 디즈니, 록펠러 같은 누구나 알만한 인물들 외에 에드워드 버네이스, 새뮤얼 제머리, 프리츠 하버처럼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생경한 인물들도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 예를 들어 TV 광고를 보고, 대형마트에 가고, 비행기를 타고,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옷을 입고, 주방용품 쇼핑몰을 들락거리는 일 하나하나에 그런 일상을 일상이 되게끔 만든 선구자가 있으며 그들이 처음에 어떤 생각으로 그 일을 시작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분명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책의 진가는 따로 있다. 인물들 각자의 천재성이나 개성이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놓기도 했지만, 그런 인물들의 시도들조차 더 큰 시대적 변화에 삼켜지게 된다는 것, 그 역동적인 사회사적 과정을 절묘하게 포착해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성원은 한명 한명의 삶을 출생부터 임종까지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면서도 이들이 생전에 한 일들이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라는 화두를 단단히 움켜쥐고 시종일관 사회적 의미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교양(liberal arts)’이란 말이 단지 아마추어리즘으로 폄훼되고, ‘덕후(오타쿠)’라는 말이 준전문가 내지 전문가라는 의미로 존중받는 시대이기에 더더욱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의 의미는 각별해진다. 극도로 분업화하고 전문화된 사회로 변해갈수록 우리 인간은 거대한 오류나 비극의 책임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같은 인간 한명을 직접 칼로 찔러 죽이는 것보다 미사일 버튼을 명령에 따라 누름으로써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인지자원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인간으로서 그것은 일종의 생물학적 제약이기도 하지만, 그 제약 뒤로 숨어버리는 것은 글자그대로 인간임을 포기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세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지적 노력, 이를테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와 같은 정답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행위야말로 ‘교양’이 요구하는 일상적 실천이다. 내가 이 책을 교양서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다. 잡다한 지식을 그저 모아놓은 정보의 집적물이 아니라, 우리가 선 자리와 걸어온 자리를 끝없이 돌아보고 성찰하고 질문하는 책이라는 의미에서,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는 교양도서의 어떤 모범을 보여준다. 감히 단언컨대 이것은 오랫동안 감수성 예민한 이들의 등대가 되어주던 ‘바람구두의 문화망명지’ 주인장 전성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자제현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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