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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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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부디 복음주의와 복음쥐를 분별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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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변증(辨證)의 시학은 가능한 것일까?
박남훈 목사(문학평론가, 주안교회 담임목사) 하창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추천사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해왔다. 재작년인가 첫 신앙시집 <마음의 샘터에서>의 해설을 부탁한다고 했을 때, 아니, 희곡 작가가 시집을 낸다고?, 이러면서 놀랐고, 거기다가 그저 그러려니 했던 시들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아서 놀랐었는데, 그런데 이번에도 필자는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인생 시집 한 권쯤 내시는가부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필자의 이런 성급한 생각을 단번에 깔아뭉개면서 두 번째 시집이 불쑥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시인의 연배를 생각해볼 때 대단한 열정이고 창작력이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번 시집의 서문이 아홉 개의 장면들로 이루어진 사실이 몹시 흥미롭다. 희곡 작가답게 서문에 장면들을 깔면서 시집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면#1은 신앙 예화다. 하나님을 찾지 않는 세태에 대한 교훈적 예화다. 장면#2는 시인의 간증이다. 하나님 아버지의 존재를 깨닫게 된 간증이다. 부르심이 시작된 것이다. 장면#3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간증이다. 동료 교사의 차 안에서 거룩한 평강이 임했던 체험을 말한다. 장면#4는 가족사와 개인적 회심의 체험 장면이다. 장면#5는 십자가를 통해 구원의 길을 여신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기다리고 계심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 장면#6은 이 시집이 복음의 통로, 구원의 통로가 되기를 열망하는 내용이다. 장면#7은 다시 이 시집을 통해 기다리시는 하나님을 독자들이 만나기를 열망하는 내용이다. 장면#8은 첫 번째 시집이 하나님과 성도의 사랑을 노래했다면, 두 번째 시집은 그 사랑과 더불어 그 사랑을 전하는 시, 세상 세계관에 대해 비판적인 시, 복음을 직설적으로 전하는 시를 담고 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면#9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없이 죽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표출하고 있다. 이 아홉 개의 장면은 사실 이번 시집의 시들이 담고 있는 주제 지향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주제들은 첫 번째 시집도 그러했고, 사실 모든 기독교 복음 진리를 담고 있는 신앙시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는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 중에 특별히 특이한 시들을 몇 편 만났다. 시인이 ‘세상 세계관에 대해 비판적인 시’라고 명명한 시들이 바로 그 시들이다. 그들 중 하나를 소개하면 「평등에게」라는 시를 들 수 있다. 평등은 공동묘지와도 같다. 평등하지 않은 모든 다양함을 죽인 후에 그 기막힌 평등이 비로소 말을 잃고 저리도 조용히 평등하게 묘지에 누워 있으니 평등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가난과 부를 평등하게 한다고 부자들의 목과 다리를 잘라 내었지. (그때 진리도 사랑도 함께 잘려 나가고 인륜조차 잘려나가, 아들 손에는 어미의 피를 묻히게 했지. 다른 사람보다 손이 고우니 평등하지 않다고 구덩이에 파묻고 다른 사람보다 지식이 많으니 평등하지 않다고 그들의 목도 잘랐지. 평등보다 귀한 진리와 사랑과 자유도 굴비처럼 역어 줄줄이 시베리아로 귀양 보냈지. 만세무강하라. 잔혹한 시베리아의 평등이여. 그래서 진정한 평등주의자, 프로크루스테스가 의아해서 묻는다. 왜 가난한 사람들의 팔과 다리는 늘려 죽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참으로 평등한 것은 언제나 시간 왕에게나 노예에게나 평등하게 흐르나니 그래서 평등한 죽음으로 인도하나니 그러나 평등한 죽음 이후에는 공정한 심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네. -그대 평등이여 의로웠는가? -그대 평등이여 죄인들을 사랑했는가? -그대 평등이여 그대의 주인인 진리를 따랐는가? 공정하신 그분의 질문 앞에 그대, 정직하게 대답해야하리. 천국은 평등하지 않고 거룩하리니 천국에는 평등이라는 묘지가 없고 다양한 꽃들로 다양한 화음으로 언제나 천천과 만만의 사랑의 합창으로 평등이 그토록 멸시한 영광의 주님을 경배하리니 진리는 넘쳐나도 그곳에는 시기와 질투가 없고 은혜는 늘 낮고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감사와 기쁨으로 서로를 내어주며 서로를 사랑과 감사로 화답하는데 그대 평등이여 거룩한 천국에는 그대가 쉴 안식이 없으니 거룩한 사랑과 가난한 심령들이 서로 만나 화음(和音)으로 교향곡이 연주되는 그곳에는 그대의 진짜 이름인 질투와 시기와 증오는 끼어 들 틈조차 없으니 오, 탐욕과 질시와 교만의 다른 이름, 그대 평등이여. 그대가 따라야 할 진리를 떠나 그대 홀로 진리이기를 바랄 때, 그대 평등이여. 지옥조차 그대에게는 평등하지 않으리니 이 시는 세속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해 준엄한 경고를 담고 있다. 동시에 평등 이데올로기를 복음과 분별하는 변증적인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시들을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필자는 이런 유형의 시들을 기독교 시의 한 중요한 하위장르로 설정하고 싶다. 이런 시들은 좌파적 사고들을 단순히 공격하는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평등의 환상에 사로잡힌 좌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대화적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진정으로 변증적인 글쓰기는 상대에 대한 적대적 독서나 선포가 아니라 대화적이며 설득적이며 공감적인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가 그렇게 열망하던 ‘기독 변증’ 시학 가능성을 이 시는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복음주의는(혹은 복음은) 전투적이어야 한다. 그 어느 시대보다도 전투적이고 전략적이고 변증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설득적이고 대화적이어야 한다. 굳이 필자가 이 시를 해설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 시 자체가 평등을 주장하는 이런 시대적 명제에 부응하는 시를 만난 것, 필자는 너무 가슴이 벅차오른다. 복음주의 문화는 한 손에 복음을 들고, 다른 손에는 펜을 들고, 싸우면서 설명하고, 설명하면서 싸워야 한다. 싸우면서 설득하고, 설득하면서 공감시켜야 한다. 단언컨대 「평등에게」, 이 시가 그런 시다. 하창길 시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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