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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황유원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2년, 대한민국 울산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11월 <슬픔에 이름 붙이기 (어나더커버)>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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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시집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마지막 시 마지막 행까지 읽고 나니 ‘바람’은 어느덧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라는 말은 꼭 바람 같다. 천양희라는 한 사람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날리다 이곳에 낙엽처럼 내린 것만 같다.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무사하기 위해 시와 한몸이 된 시인은 “철도 없이 제멋대로인” 바람에 온몸을 내맡긴 채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낸 싸움과 사랑의 기록이 바람에 날린 낙엽처럼 여기까지 왔다. 나는 시인이 바람의 갈피 속에 한장 한장 끼워 넣은 종이들이 풍기는 바람 냄새를 다 맡아본다.
2.
김도의 시를 읽다 보면 문득 “에일” 향에 취하고 싶어진다. 수제 맥줏집이 아니라 한밤의 무인 편의점에서 “네 캔”으로 묶어 파는 싸구려 에일 향에. 실패한 “조향사”가 되어 실패한 향에 코를 박고 몇 날 며칠이고 맡아보고 싶어진다. “작은 이자카야에 들러/ 닭의 살점이나 염통 꼬치를 뜯으면서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다가 “이런 슬픔도 있었”다는 사실에 헛웃음 짓고 싶어진다. 방으로 돌아와 맥주 캔이나 몇 개 더 찌그러뜨린 후 홀연히 “슬픈 얼굴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진다. “이쪽이야 따라와” 하고 “풀숲으로 사라지는 꼬마”를 따라 “딴 데 가서” 놀고 싶어진다. 노는 것의 정의를 다시 한번 내려보고 싶어진다. “세계 각지에서 온 각양각색의 떨들”의 순위를 떨을 피우고 쓴 시의 환각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싶어진다. “연무” 속에 몸을 띄우고 “한 주먹의 알약이라도 삼킨 것처럼” 잔잔한 바다 위를 떠가는 침대를 타고 항해하다 모든 “꿈을 끝내버릴 꿈”인 핵꿈을 꾸고 싶어진다. 핵꿈을 꾸며 “기분이 좋아지는 연무를 마시고 뱉”고 싶어진다. 피부에 돋아나는 파충류 같은 온갖 종류의 아름다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고 싶어진다. 그렇다. 김도의 시를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연무가 되어 어딘가로 계속 흘러가는 것만 같고 흘러온 만큼 밤은 깊어진 것도 같은데, 그러다 갑작스레 “윤슬” 같은 맑고 깨끗한 단어와 마주치면 공중에서 조금 내려와 달빛이 비치는 잔물결을 바라보며 밤의 공원을 천천히 걷고도 싶어진다. 공원을 걷는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며 듣는 플레이리스트와 우주선을 타고 가며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다음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진다. 공유하며 같이 비행기나 우주선을 타고 있진 않더라도 같이 비행기나 우주선을 타고 있는 기분이나마 길게 누려보고 싶어진다. “Nothing to be done, nothing to be done……”이라고 에스트라공처럼 무의미하게 중얼거리면서도 자꾸 중얼거리기라도 하고 싶어진다. 연무처럼 아직 높은 곳에 붕 떠 있는 우리가 천국에 착륙할 때까지, 이 기이한 종이비행기가 안착할 곳을 찾을 때까지 신비롭게 기억될 밤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싶어진다. 이제 나머지 리스트는 당신들의 몫.
3.
그는 단순한 코드 몇 개와 동일한 멜로디를 반복하면서 그 좁은 형식 안에 끝없이 긴긴 영혼을 불어넣곤 한다. 그의 영혼이 직조한 내러티브에 빠져 이미 너무 늦어버린 밤에도 번역을 멈출 수 없던 적이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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