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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함기석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6년, 대한민국 충청북도 청주

직업:시인

최근작
2023년 11월 <모든 꽃은 예언이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1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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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연지민의 동시는 재미있다. 생물과 무생물이 차별 없는 수평적 상생의 관계를 이룬다. 꿈을 좇아 생각에 골몰하는 당찬 존재로 그려지는데 시인의 몸 바탕에 변신과 모험,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랑의 확산이 감동을 낳는다.
2.
기억 속의 시간과 풍경을 살갗에 새기는 언어 타투다. 시인은 세계 너머의 말, 외로운 극단을 지향하면서도 거기 닿을 수 없음에 절망한다. 이 고백이 진술의 방식, 복합적 시선으로 나타난다. 시선이 밖으로 향할 때 지구, 환경, 우주, 역사 등으로 비판의 촉수들이 날카롭게 움직이고 시선이 안으로 향할 때 가족, 사랑, 인간, 예술 등에 대한 서정적 진술들이 나타난다. 시인은 죽음과 빛과 어둠을 타투 중인 표류자로 몸 곳곳에 번지는 붉음은 생에 대한 열정이자 상처들이다. 자아, 가족, 여성, 자연, 우주 등으로 번져 나가는 이 붉음의 확장을 통해 시인은 모성적 생명의 지구, 파괴된 인간의 복원을 희원한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9일 출고 
기억과 풍경의 언어 크로키다. 쪼개진 시간 파편들의 재배열 모자이크다. 감정의 분출이 아닌 감정의 삭제 또는 휘발을 통한 통증 전이다. 감각적 이미지들이 물결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시인은 풍경 속에 가라앉은 소리의 어두운 앙금을 보고 도망가는 빛의 보푸라기들을 잡아 내려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집은 빛과 어둠, 시각과 청각, 꿈과 현실, 몸과 영靈이 반반쯤 혼색된 캔버스다. 어제와 내일과 오늘이 하나의 육체로 맞붙은 삼각형 퀼트다. 패색이 짙어진 기억 속의 시간들을 시인은 다시 색색의 물빛으로 채색하고 싶어 한다. 흙탕물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고 다시 길을 나서는 시인의 뒷모습이 쓸쓸하고 아름답다. 포자를 몰아오는 비와 공기, 햇빛을 옮기는 물까마귀 같은 작은 존재들이 함께할 것이다. 그녀는 아직 비의 사슬 속이다. 수박사탕 근처다.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19일 출고 
통점(痛點)의 서정시학이다. 아픈 기억의 잔해들이 시간의 먼 우주를 돌고 돌아 비와 눈, 바람과 노을이 되어 몸에 스미는 혼색의 그림이다. 사물들은 현실의 구성물이면서 그 공간과 함께 낡아 가는 자들, 지금은 없는 사람의 대리 흔적들이라는 점에서 시인에게 시는 말이 되지 못한 메아리들의 감청이고 살 섞음이다. 그만큼 감성의 결이 섬세하고 곱다. 햇빛은 살갗에 닿는 순간 치어 떼가 되어 파닥거리고 바람은 비늘무늬를 가졌다. 바람 부는 대관령에 흩날리는 눈발은 먼저 죽은 동생의 녹지 않는 흰 숨이고, 봄비는 한 걸음 한 걸음 호흡을 누르며 내리는 존재로 산 것과 죽은 것 사이를 떠도는 시인 자신의 심상이다. 저녁은 몸의 저층부에 고요히 가라앉은 슬픔의 진흙 앙금들이 올라오는 주요 시간대로 사랑의 공복감, 사람살이의 먹먹한 허기, 심장의 낮은 울음, 소리굽쇠를 통과하는 빛의 공명을 낳는다. 그런 측면에서 백순옥의 이번 시집은 삶과 기억이 남긴 물무늬 잔영(殘影)이고 먼저 간 그리운 사람의 눈망울에 바치는 저녁 간찰(簡札)이다. 한 편 한 편 읽어 나가며 나는 자꾸 썰물이 다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쓸쓸한 풍경들과 마주한다.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 어둠에 묻혀 가는 시인의 뒷모습이 환하다.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0일 출고 
고통과 비애로 점철된 우리의 현대사를 사적 차원과 역사적 차원에서 동시에 탐색하는 시집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본 과거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문이자 동세대에 바치는 뼈아픈 헌사獻辭다. 가시는 지속되는 고통의 은유고 강철해바라기는 시간의 역방향으로 돌아가며 바람개비 꽃을 피우는 존재로 역사의 가학성에 대항하는 시인의 의지와 결기를 대리한다. 생의 벼랑과 비탈은 시가 발원하는 주요 공간인데 이 극지를 통해 화해와 상생의 시, 화해와 회통의 정신이 태어난다는 점에서 이번 시집은 화쟁和諍 우주의 산방産房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데올로기의 편향이 낳은 고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붉은 낙인이 찍힌 어린 가슴에 비밀서랍을 달고 숨죽이며 살아냈을 시인, 사상의 극한적 대립 속에서 지리산 피아골에 숨어들어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갓 태어난 시인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생각했을 부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자연과 우주, 세상의 온갖 생명들을 다 품길 바라는 간절함이 그의 눈동자에 새벽이슬처럼 아롱아롱 맺혔으리라. 그 장면을 떠올리다 시인은 몇 번이고 울음이 복받쳤으리라. 가만히 책장을 덮으니 밤바람 속에서 젖이 불은 양들의 울음소리 먹먹히 울린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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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꾸로 돌려 상처 난 기억의 필름들을 현재로 인화印畫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 불면과 회한의 감정, 사색과 성찰의 시선이 뒤섞인다. 과거는 통증의 발자국이고 기억은 생쌀처럼 입안에 서걱거리는 모래알들이다.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젖은 침대를 지고 살았던 시인을 위무하는 건 여행과 예술이다. 이때의 여행은 낭만이 아니라 정박하지 못한 자의 방랑에 가깝고 음악과 미술은 고독한 자아를 어루만지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말러나 라흐마니노프는 시인의 영혼이 잠시 머물러 쉬는 휴양림 같은 곳이다. 어린 나이부터 객지를 떠돌며 부박한 삶을 살았을 시인, 그가 일생 동안 떠돈 산과 바다, 이역의 땅들은 결국 고독과 갈망이 낳은 시인의 또 다른 육친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시집은 굴곡 많았던 생의 가파른 능선을 기어코 오른 시인 자신에게 바치는 빛의 헌사獻詞이자 바람의 비망록備忘錄이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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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순의 시는 칡즙의 시다. 검은 독毒이자 눈물의 상징인 칡즙이 생의 상처고 어둠이라는 점에서 그의 시는 시간 발효액이자 기억 추출물이다. 그는 생이라는 울음 항아리를 끌어안고 그 깊은 속을 응시하는 시인이다. 유년의 옛집, 고인이 된 가족들과 보낸 시간들은 가슴 아픈 회한의 정서를 낳는 주요 발원지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떠나고 아린 추억만 남아 바람과 볕에 마르는 소금 항아리는 시인의 내면성이 보존된 사물이자 자아다. 폐역에서 제 몸의 가시를 철길로 삼고 봄 기차를 기다리는 장미 또한 시인의 초상이다. 그의 시 속 많은 풍경들이 사람살이의 고됨과 속울음을 이면에 품고 있다. 하현달은 한국전쟁 때 죽은 아우의 허기를 환기시키는 뼈아픈 대리물이고 하지 감자는 어둠 속에서 땅이 기르는 바위다. 몽골, 필리핀, 페루 등 낯선 땅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역의 사람들 눈빛에서도 시인은 사람살이의 허기와 곤궁함을 놓치지 않는다. 그에게 시는 신의 가슴과 맨발이 만져지는 슬픔의 성지다. 죽음과 삶, 어둠과 빛이 한 몸으로 기록된 봄밤의 매화 수첩이다. 시인의 아픈 살에 다시 매화가 피리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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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형의 시는 어두운 대지와 하늘, 강물과 눈 위에 쓰는 생의 첫 연서(戀書)다. 적막과 침묵으로 채색된 통점(痛點)의 흑백판화다. 적요의 빈집에서 허밍처럼 울려 퍼지는 빛과 먼지, 식물의 감수성과 섬세한 감각이 빛나는 시편들이다. 자기 안의 아픈 매듭을 한 땀 한 땀 엮어 가는 서정의 수놓기가 참 애절하고 애틋하다. 시편마다 환절(換節)의 문양과 그늘, 죽은 이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상처, 비감(悲感)의 살과 자문이 생생히 묻어 있다. 그녀에게 풍경은 기억의 아픈 환생이고 세계는 끝없는 변장과 마술의 공간이다. 사람살이의 아픈 울음이 괸 곳, 물외(物外)여서 결코 물외일 수 없는 세속의 땅이다. 사랑이 결빙된 이 세계에서 해동(解凍)의 꿈을 꾸는 시인의 모습이 아프고 아름답다. 라일락 꽃그늘 속에 그녀의 시집을 펼쳐 놓고 단팥죽 한 그릇 먹고 싶은 초저녁이다.
9.
세밀한 관찰과 질문, 아름다운 사색이 돋보이는 과학 에세이다. 장난감 진흙을 갖고 노는 천진한 아이처럼 저자는 우주를 몸과 맘으로 어루만지며 논다. 우주 속의 인간, 인간 속의 우주를 동시에 탐색한다. 과학자로서의 정확한 논리와 설득, 시인으로서의 감성적 상상과 직관이 나의 눈과 마음을 매혹시킨다. 이 책은 과학과 예술, 천문과 인문, 천상과 지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그네다. 자연과 우주는 인간의 영원한 고향,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무수한 비밀을 품은 우주 전체가 가슴 깊이 강물처럼 스며드는 감동과 전율을 체험할 것이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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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연의 시는 경쾌하고 재밌다. 우울과 슬픔도 짙게 배어 있다. 그녀의 첫 시집 『폭우반점』을 펼치면 엄마의 울음이 해금가락을 타고 빗물처럼 흘러나온다. 북풍에 흔들리는 마른 갈잎소리도 들리고 세상의 칼질을 온몸으로 받아 나이테를 만드는 도마의 숨소리도 들린다. 눈먼 노인의 눈동자에 스민 비애의 하늘, 안개 낀 숲의 비탈에서 홀로 천장(天葬)을 치르는 나무도 보인다. 이 모두가 시인 특유의 음(音)과 색(色)으로 변주된 생의 풍상(風霜)들이다. 그녀는 독특한 감각과 상상으로 고통으로 점철된 이 눈물의 세계를 놀이공간으로 변전시킨다. 관습적 사고에 길들여진 통념과 인식의 알을 깬다. 빗줄기는 죽음을 밀어내는 수타면발이 되고 아파트는 거대한 묘목이 되고 태양계는 모계중심 가족구성체가 된다. 그녀는 몸에 새겨진 비애의 문신들을 유머와 농담으로 풀어내는 감각파 리얼리스트 시인이다. 까불까불 아픈 기억과 놀고 말과 노는 들장미 소녀 캔디다. 어미의 둥지를 떠나 홀로 하늘에 깃드는 어린 새처럼 유년의 아픈 집을 떠나 세상에 깃드는 살 그림자들, 그것이 조우연의 시다. 조우연과 우연히 조우(遭遇)한 당신, 첫눈에 사랑에 빠져든 자의 눈빛처럼 당신의 심장은 필연의 빛과 감동으로 가득찰 것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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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근 시인의 시는 통점(痛點)이 낳는 기억의 지문들이다. 가을바람이 적막한 들길에 뿌려놓은 녹슨 몸의 잔해이고 마음의 아픈 비늘들이다. 그의 기억은 대부분 적막과 허기의 풍경들, 그리움을 낳는 일몰의 말들로 채워진다. 정처 없이 떠돌다 어느 산사에 앉아 황량한 저녁하늘을 바라볼 때 불현듯 귀를 깨무는 계곡물 소리, 내 몸이 본디 텅 빈 집이었음을 느낄 때 밀물처럼 밀려드는 적요의 풍경 소리 울린다. 풍경들의 고(苦)와 통(痛)을 통해 세계와 통(通)하니 시인에게 몸은 관(觀)의 암자고 만행(萬行)의 선방이다. 그렇게 그의 시는 연민과 회한을 살로 간직한 청주 전(傳)이고 외전(外傳)이다. 우암산은 자궁을 은폐한 시원적 공간이고 무심천은 꽃비 재우며 걷는 천근 미륵의 몸이니 바람, 달빛, 갈대, 철새 등 만물은 모두 시인과 가족관계고 천수천안 관음보살이다. 그렇게 그는 질긴 땅, 기침하는 세속의 골목을 돌고 돌며 몸살 앓는 꽃들을 만나고 가슴에 벼랑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을 통해 가면의 나를 반성하고 말라버린 인간의 눈물을 그리워한다. 산과 들을 홀로 떠돌며 시인은 오늘도 하늘이 땅을 깨우며 울릴 북소리, 광명진언(光明眞言)을 기다린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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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리학자이면서 사색가고, 냉철한 수학자이면서 철학자고, 공학자이면서 꿈꾸는 시인이다. 낯선 과학의 언어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시에 대한 통념을 뒤흔들고 우리 시의 언어적 한계를 돌파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일상과 사고에 충격을 가하고, 인간과 우주의 근원적 문제들을 다시 성찰하게 한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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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동시는 동물과 사물과 아이가 하나의 몸인 수평적 물활론의 세계다. 엉뚱 발랄한 동화적 상상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거미, 애벌레, 지렁이뿐만이 아니라 세탁기, 가습기, 거울 같은 사물들도 모두 살아 있는 감정적 생물로 그려진다. 어른의 시선과 통념에 물들지 않은 천진한 아이들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녀의 동시는 또한 귀엽고 경쾌한 음악이다. 통통 탁탁 콩콩 폴짝, 감각적인 말들이 신나게 뛰논다. 입에 착 붙는 자연스러운 가락, 반복되는 소리의 연쇄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따뜻한 웃음을 준다. 시인의 리듬감각, 사물감각, 유머감각이 그만큼 섬세하고 시인의 가슴 깊은 곳에 마르지 않는 동심의 샘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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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의 시는 솔직하고 가식이 없다. 위트와 재치가 빛난다. 묵직한 어퍼컷보다 가볍고 경쾌한 잽의 연속이다. 급소를 맞을 때마다 웃음이 터지고 울분이 터지고 취기가 훅 올라온다. 그는 권력자들의 위선적 가면, 지식인들의 허위적 가면, 민족과 애국을 운운하는 위정자들의 윤리적 가면 모두를 익살로 처리하여 실소를 자아낸다. 따라서 그의 시를 읽는 일은 그와 함께 열혈 분홍당원이 되어 이 ‘포동포동’ 병든 세계를 꿰뚫어 통찰하고 비판하고 그런 세계 속의 자신을 반성하는 일이다. 그의 시는 유머와 농담을 전진 배치하는 유희의 전술이고 희롱의 후방 공격이다. 치열한 사투(死鬪)의 미학이 아닌 유연한 말의 배치와 호흡으로 위선자들의 가증스런 가면을 찢는다. ‘남산 위의 철갑을 두른 소나무’, ‘일송정 푸른 솔’ 등에 깃든 폭압적 교훈과 비약을 비판한다. 말의 반복 운용이 중복의 리듬을 낳는데, 이 리듬이 생의 활력을 충원한다. 뿌리 깊은 세상의 악(惡)을 악(樂)으로 대체한다. 박순원은 물질 만능 환락의 시대에 말의 반어적 역공과 유쾌한 장난으로 순수를 지향하는 시인이다. 그곳은 장미와 백합이 함께 웃으며 피어나는 곳이고, 젖은 빨래가 서서히 말라 가는 낮의 한나절이다. 그는 탈(脫)관념의 시간, 탈(脫)알레고리 세계로 진입하여 햇빛이 되고 비가 되고 음악이 되려 한다. 의미와 해석이 전제되지 않는 순수의 풍경이 되고 싶어 한다. 시인의 이 불가능한 꿈이 지극하고 아프다.
1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0일 출고 
그러기에 위상진 시인은 망각된 시간의 단층들, 그 안에 퇴적된 정신적 트라우마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아의 분열 양상을 낯선 꿈의 풍경으로 변주한다. 한 번 건너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삶이라는 길에서 순간순간 마주치는 무수한 풍경들에게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부여한다.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바깥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동원되는 물리적 소재들이 아니라 시인의 상처와 고통, 삶의 어두운 비애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되는 심리적 소재들이다. 그러기에 사물들의 배면에 절망과 고통의 흔적, 결핍된 자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 점은 위상진의 시에 구현되고 있는 이미지들이 단순히 세계 재배치의 구성요소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지하심층부로 내려가는 중요 계단 역할도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위상진의 시는 어둠과 피로 채색된 초현실적 회화나 설치작품에 가깝다. 즉 시인과 흐르는 시간 사이에 세계가 있고 그것은 검은색이다. 시인에게 세계는 검은 베일 속의 움직이는 풍경이고, 기억은 어두운 필름 속의 정지된 화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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