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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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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개구리가 되고 싶어>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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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오한기는 아주 치밀하게 자신의 소설을 의심하려는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그러니까 이게 육아 소설집이 아니냐고, 나직하고도 은근하게 묻는 것이다. 이 소설집에, 육아가 없어 그래서? 내 말이 다 뻥이야? 그렇게 물으면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오한기를 믿지 않기로, 그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않기로 한 나 같은 독자의 마음은 어이없게도 흔들리고 마는 것이다. 아 맞긴 하지…… 보육이 육아고 세 편의 글에서 모두 그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찝찝한 거지?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분명 눈앞에서 전우치를 봤는데 눈 깜짝할 사이 전우치는 간데없고 족자 속 그림이 움직이는 것만 멍하니 바라보는 탐관오리가 된 것 같은 기분. (……) 그러니까 다시 한번, 오한기를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2.
올 1월에는 처음으로 새해맞이 등산을 결심했다. 난이도가 낮은 얕은 산이지만 등산을 하기로 결심을 한 것부터, 예전에는 하지 않던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한 해가 시작될 때에는 왠지 안 하던 일을 하고 싶은 동시에, 내가 이제까지 해온 일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확인하고 싶어지므로, 올 1월에도 역시 박완서의 글을 읽었다. 첫 장을 펴자마자 산에 갔다는 작가의 문장을 만나 우연한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 “어린 손자들은 흐르는 물에 돌 던지기를 좋아한다.” 이런 문장을 만나면 괜히 박완서의 눈으로 내 모습을 그리는 기회를 줘본다. ‘나는 바위에서 바위로 뛰어다니기를 좋아한다.’ 어린 손자, 흐르는 물, 돌 던지기로 이루어진 문장의 다감하고 좋은 느낌을 이길 수는 없지만 박완서의 문장을 따라 걸어보는 느낌만은 무척 좋다. 영원히 앞서 걷는 작가를 가지는 기분은 배낭에 주먹밥을 넣고 걷는 산행처럼 든든한 것이다.
3.
서이레의 산문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이유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는 이상한 눈물. 그와 나는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나왔다. 각자 쓴 글에 대해 마주 앉아 오래 이야기한 적도 있다. 서이레는 내가 호쾌함,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얼굴이다. 그러나 그는 자주 외롭고 종종 우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 사실을『미안해 널 미워해』를 통해 너무 늦게 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 운다. 『정년이』보다 서이레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산문집이 가닿길 바란다. 서이레가 자신이 만든 이름과 삶을 언제나 터질 듯 좋아하길 바란다. 나에게 너무 늦은 이 만남이, 어떤 독자들에게는 서이레와의 너무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알맞은 만남이길 바라며 작은 진심을 보낸다. 늦어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4.
어느 여름,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던 필립은 난데없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은 다름 아닌 그의 잔잔했던 마음속에서 파도처럼 일어난 ‘소설 쓰고 싶음’이라는 욕망이다. 욕망일까? 꿈이라고 불러야 할까? 혹은 충동? 객기? 소설을 쓰기 위해 필립은 일단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걸작 소설 <666, 페스트리카>를 구하기 위해 브루클린의 서점을 돌아다닌다.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은 또 있는데, 소설을 쓰겠다는 마음을 품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 것이다. 브루클린에 독립서점이 있었다니? 내 주위에 문학잡지를 만들고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내 이웃의 집에, <666, 페스트리카>가 있었다니! 소설은 이렇듯 지루하고 우울한 일상을 은밀하고 감미롭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소설을 무척이나, 하루종일 원하는 사람에게만 유효한 마법이다. 소설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어쩐지) 담담하고 느긋하게 적힌 (것처럼 느껴지는) 이 소설은 올해 나의 든든함이었다. 이런 생활 좋지, 필립 화이팅이야. 레스토랑 그만둬도 돼. 소설 읽는 일 좋잖아. 그렇게 말해보게 만들었다.
5.
6.
2010년대 중반부터 소설의 일기화,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것 같다. 그것이 극찬일 때도, 멸칭일 때도 있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어떤 글을 평가할 때 '일기 같다'고 말하는 데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문보영의 <일기시대>는 이런 현상 사이에서 탄생한, 가장 일기답고 가장 일기답지 않은 살아 있는 일기 그 자체다. 아무리 일기처럼 쓰인 글이라도 작가가 소설이라고 하면 그것이 소설이듯이, 아무리 소설처럼 쓰인 글이라도 작가가 일기라고 하면 그것은 일기가 된다. 문보영의 일기를 읽으면 일기는 함부로 쓰이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경이감에, 일기에서 볼 거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을 본 기분 좋은 어긋남에 사로잡힌다. 문보영의 일기는 일기라는 장르를 도드라지게 한다. 우리는 이제 좋지 않은 글을 평할 때 '일기장에나 써라' 같은 말을 하지 않기를 연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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