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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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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내가 지은 집에는 내가 살지 않는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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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조혜영의 시집은 세상을 축소시켜놓은 삶의 현장이다. 현장은 구호나 선동이 아니다. 기억이다. 그의 시는 동시대를 살아가지만 아무나 가지 않는 결이 다른 현장이다. 현장에는 ‘청소 노동자’ ‘배달 노동자’ ‘멈추지 않은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새벽을 가르는 사이렌’ ‘재개발을 앞두고 철거된 집’ ‘아버지의 노래’가 살아 숨 쉰다. 시는 그들을 불러내어 위로한다. 기교도 수사도 없다. 감정의 과잉 없이 투박한 묘사가 더 아프게 온다. 대통령을 탄핵시킨 민주주의 국가에서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무기고인 급식실’에서 급식 노동 30년째. 아줌마, 이모님, 어머니로 불리는 분분한 호칭. 급식 노동자의 정당한 이름 ‘조리 실무사’를 얻고자 30년을 싸우는 동안 산재보험도 안 되는 수술이 수차례. “노동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건/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급식 노동자」). ‘산재 판정을 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과 대결한 시간이 30년 노동의 시간보다 길고 아팠다.’ 밥하는 노동자를 하대하는 사회의 인식. 견뎌야 하는 건 모두 개인의 몫이었다. 알은체했지만 몰랐던 급식 노동환경과 급식 노동자의 실태가 그려졌다. 「급식 일지」 연작은 치열한 일상에 익살이 고루 스며들어 울림이 아주 크다.
2.
이강문은 내면을 응시하며 무궁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부끄러움에서 시작한다. 그건 사람이나 사물 나아가 생명에 대해서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섬세한 심성을 보여주는 그의 시는 끈질기게 ‘나’를 탐구하고 성찰하면서 텅 비워낸다. 내 안에 있는 나도 모르는 나를, 나의 욕망을 털어낸다. “남들의 바깥”인 나는 “나의 유일한 독자인 거울”을 통해 나를 직시한다. 그럴 때 용기가 필요하다. “도망치는 나를 바라보는/ 나의 얼굴을 외면하지 않”을 용기. “냄새 나는 여기를 외면한 비겁함을/ 너머에의 그리움으로 치장한” 나의 위선을 토로하는 용기. 궁극에는 나의 ‘너머’는 ‘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6일 출고 
어쩌면 우리는 “허영청”의 세계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분명 여기 있는데 나는 없”는 “자신의 몸이 닳고 닳아야 겨우 존재하는” 진술은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확인하는 실존적 사유의 집. 이 시집은 백야와 극야를 오가는 시대의 시간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있는 존재의 집이다. “부지런히 일만 한 죄밖에 없는데/부지런히, 오로지 죽도록 땀을 흘린 게 죄밖에 없는데” 세상은 “유령처럼 바라”보며 “돈이 되지 않는 것은/치욕일 뿐”이어서 “포에지 푸어”로 “명분도 없는, ‘시인 폐업’을 중얼”거릴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도…/만져지지도 않는…” “하루치의 허기”라지만 “아무런 힘도 없는 힘으로, 힘이 세”서 “푸른 가시”가 돋아나 있다. 언제든 “떨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돌발”이다. 시가 놓인 자리가 아프다. 삶이 놓여 있는 자리가 아프다. 시어들이 처연하면서 초연하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시어들은 뜨거운 하나의 세계이면서 낱낱의 시어는 차갑고 깨어 있다. 문득 나는 실재하는가 허영청의 그림자인가 싶어 두려움에 목 뒷덜미로 자꾸 손이 간다. 난분분한 시절에 걸맞은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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