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쪽
나는 위원장님과 함께 또다시 검은 차에 탔고, 이번에는 나와 위원장님의 손에 묻은 지독한 비린내 때문에 멀미를 했다._「문어」
여름하면 휴가, 휴가 하면 바다다. 바다 구경을 가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횟집에서 '싯가'로 해물 한 접시를 주문하고 싶은 계절, 정보라의 자전적 SF 소설과 함께 포항 여행은 어떨까. 구룡포 바다와 죽도 시장 같은 지역성을 배경으로 외계 문어, 원자력발전소의 폐수, 러시아 대게에 얽힌 사건이 알알이 엮인다. 일상을 일구던 사람들은 이길 것 같지 않은 싸움이라도 피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엘니뇨 현상으로 2018년 만큼 더울 거라는 2024년의 이 여름이 그나마 가장 평화로운 여름, 가장 바닷물이 맑은 여름,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비관은 너무 슬프다. 낙관하지 않으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그 자리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정보라의 소설 속 인물들처럼 바다를 마주하고 싶다.
여름을 만난 문장
32쪽
나는 위원장님과 함께 또다시 검은 차에 탔고, 이번에는 나와 위원장님의 손에 묻은 지독한 비린내 때문에 멀미를 했다._「문어」
66쪽
북극해도 발트해도 동해도 모두 오염되고 깨지고 부서졌다. 도망칠 곳은 없다. 인간도 대게도, 어디에도 갈 수 없다._「대게」
66쪽
“그렇지만 어떻게요? 게는 집게발이 전부인데 이걸 다 어떻게 막아요?”
“이길 것 같으니까 싸우는 건 아니잖아요.” _「대게」
132쪽
“거기 갇혀 있던 문어랑, 대게랑, 상어랑, 조개랑, 또 그 물고기랑...... 다들 자기 집으로 돌아가나요?”_「상어」
161쪽
바닷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상황만 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기묘하게 평화로운 경험이었다. 어둠 속에서 박자에 맞춰 잔잔하게 몸이 흔들리자 선우는 조금씩 졸음을 느끼기 시작했다._「개복치」
199쪽
반투명하게 반짝이는 오색찬란한 둥근 날개가 하늘을 뒤덮으며 펄럭이는 광경은 장엄하고도 화려했다. 그것이 죽음일지라도 언젠가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나는 생각했다. _「해파리」
207쪽
그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머리 위로 느닷없이 떨어지는 미사일과 포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_「해파리」
236쪽
세상이 맥박 치고 우주가 진동하는 그 파동을 통해서, 물속을 질주하던 빛나는 존재들은 서로에게 외쳤다.
- 저항하라._「고래」
다음 여름 책은 7월 15일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