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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700원, 19권 펀딩 / 목표 금액 1,000,000원
펀딩 중 (마감 2025-04-30, 출간예정 2025-05-12)

*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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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과학기술,
기술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장애 차별적 고정관념을 깨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움직이게 하는 책!


방향 전환: 장애인들이 말하는 기술에 관한 관점은 과학계나 의료계 또는 전문 ‘보조인’들의 관점과는 사뭇 다르다. 진짜 이야기를 들어 보자.
각본 속 장애: 뉴스, 예능 매체, 소셜미디어와 밈, 그리고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에 흔히 등장하는 장애 차별적인 표현들을 해부한다!
사회적 압박과 실제: 두 다리로 걷고 손가락이 다섯 개인 두 손이 있어야 하며, 대화할 때는 상대방과 적절히 눈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 즉 ‘정상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미래 설계: 미래에는 장애인이 되는 경로가 더 다양해질 것이고,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도 더 늘어날 것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고치고 조정하고 개선해야 할 것은
장애가 아니라 이 세계다!

차별하고 배제하는 기술낙관주의를 넘어
포용하고 환대하는 장애 중심 기술을 상상하자


일상에서 여러 가지 장애 보조기술을 사용하는 장애인이자, 대학에서 장애학과 기술 윤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애슐리 슈는 장애인들이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하나의 패턴을 표현하기 위해 ‘기술낙관주의(technoableism, 테크노에이블리즘)’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기술낙관주의는 기술력에 대한 하나의 믿음으로, 장애를 없애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그런데 기술로 장애인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 기술로 사람의 몸을 고칠 수 있다는 약속과 찬사에는 ‘장애는 잘못된 상태이고 장애인은 고쳐져야만 가치 있다’는 사고방식이 녹아 있다. 이것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자, 비장애인의 존재 방식만 옳다고 여기는 선입견이다. 기술낙관주의는 기술로 능력을 갖추게 해 준다는 점을 가장하여 이러한 선입견을 공고히 한다.

이 책은 애슐리 슈가 기술낙관주의에 관하여 10년 가까이 파고들어 온 생각들을 정리해 담은 것이다. 그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 차별적 고정관념을 하나하나 짚어 보고, 기술낙관주의가 어떤 식으로 사회에 해를 끼치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장애인과 기술의 관계, 기술의 사회적 책임, 접근성과 포용성에 관한 논의를 펼쳐 보이며, 기술이 발전해 가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자고 권한다. 기술낙관주의에 기댄 기술 발전 방향과 마케팅은 장애가 나쁜 것이므로 제거해야 한다고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기술은 능사가 아니다. 애슐리 슈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고치고 조정하고 개선해야 할 것은 장애가 아니라 이 세계임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기술과 장애에 관한 논의는 신체 장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장애에 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신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거니와 몸과 마음은 불가분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애슐리 슈는 자폐성 장애를 중심으로 신경다양성 패러다임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여러 자폐인을 통해 자폐 개입 기술에 관한 생각을 직접 들어 본다. 몸과 마음의 장애를 아우른 이 책의 각 장은 모두 기술, 장애, 사이보그적 삶, 마음과 몸에 관한 생각, 장애 연관 기술의 오랜 철학에 관하여 대화를 시작하는 물꼬를 터 줄 것이다. 기술과 장애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질수록 불완전한 그대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이고 접근성 높은 세상이 가까워질 것이다.


편집자의 말

몇 해 전, 김초엽과 김원영 두 사람이 함께 쓴 책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기술낙관주의’라는 용어와 ‘애슐리 슈’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습니다. 고백하건대, 그 전까지 저는 기술낙관주의자였습니다. 물론 그런 용어는 전혀 몰랐지만, 기술로 장애를 고쳐 ‘정상인’처럼 되면 참 좋겠구나, 장애인들에게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하고 쉽게 생각했죠. 그러다가 기술낙관주의를 비판하는 애슐리 슈의 생각을 접하고서, 제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편협했는지 깨달았습니다. 기술이 장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선입견이었습니다. 고치고 바꿔야 할 것은 장애가 아니라, 너무나도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고 만들어진 이 세계임을 그때야 알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술낙관주의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비판하는 애슐리 슈의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주저 없이 판권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장애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트려 준 애슐리 슈의 연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 책 《불완전한 그대로 온전하게》를 한국 독자들 앞에 선보입니다. 차별과 배제를 넘어 포용하고 환대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작은 목소리들이 한데 모이면 커다란 외침이 됩니다. 《불완전한 그대로 온전하게》를 만들고 펴내고 알리면서 제 작은 목소리 하나 보탤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해 주세요.

- 편집자 박미경

저자의 메시지

나는 ‘기술과 장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내 강의는 여러분이 듣는 다른 수업들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이 수업을 듣는 학생 중 다수는 보건의료, 공학, 과학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인문학 교육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이 윤리적이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자기 일을 해 나갈 수 있게 올바른 맥락과 이해를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분야의 전문직을 희망하는 사람 중 너무나 많은 이들이, 자신들과 함께해야 할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지도 않고, 그저 가서 설계하고 만들고 치료하고 ‘도우려고’ 한다. 우리 삶의 맥락을 이해하지도 않고 말이다.

수업 첫날,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준다. 장애인이 ‘정상적으로’ 고쳐져야 한다거나, 장애를 극복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거나, 시혜받을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따위의 사회적 압력을 전복하라. 장애인의 말과 행동과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라. ‘중립’을 지키지 말라. 너무나 많은 것에 중립적인 의학의 관점이 장애인을 배제하고 감금하는 행위를 정당화해 왔고, 사회의 무분별한 중립적 태도가 장애인을 온전한 인간이 아닌 불쌍한 시혜의 대상으로 만든다. 중요한 쟁점과 문제를 규정하는 일에서, 한 걸음 성큼 장애인 편에 서라.

- 애슐리 슈

추천의 말

재치 있고 사려 깊게, 그러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강력하게 주장을 펼친다. 애슐리 슈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어 장애인을 그들 삶의 전문가로, 이야기의 주체로, 모두를 위한 미래에 필수적인 창조적 존재로 환대하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도록 밀어붙인다. - 에드 용, 《이토록 굉장한 세계》 저자

수십 년 후에도 회자될 중요한 책이다. 세상은 ‘기술낙관주의’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과 후로 나뉘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다. 애슐리 슈가 그 현상에 이름을 붙였다.” - 사이보그 질리언 와이즈, 《급진적으로 존재하기》 공저자

공적이거나 사적인 대화 속에 장애에 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 일깨워 준다. 배울 것이 많은 책이다. - 《사이언스》

강렬하고 재미있고 설득력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치게 될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것은 회고록이자 선언문이다. 기술낙관주의의 해악을 알 수 있는 필수 텍스트로 강력히 추천한다. - 《북리스트》

책 속에서

그것은 때로 우리 생명이 걸린 문제다. 말 그대로 우리 생존이 걸린 문제, 즉 비접근성과 조잡한 비상 계획으로 인해 우리는 죽을 수도 있다. 때로는 우리의 삶이 걸린 문제다. 우리의 사회적 삶, 직장, 가족, 사랑이 걸려 있다. 물리적으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에 가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관계를 맺고 친구를 사귀는 등 세상에서 의미 있는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바로 그런 삶 말이다.
- 1장 ‘장애가 있는 모든 것’ 중에서

장애를 문제로 여기면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는다. 물론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때로 통증과 기능장애를 포함한 문제가 실제로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문제 중 대부분은, 장애인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고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가치가 없으며 잘못됐거나 부적합하다는 생각에 뿌리를 둔, 사회적/구조적/현실적 문제들이다. 이것은 장애가 없는 상태만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장애 차별적 사고다. 그런 가정은 장애인을 고정관념에 가두는 극도로 단순한 장애 이야기를 양산한다.
- 1장 ‘장애가 있는 모든 것’ 중에서

우리 생활은 온갖 종류의 기술에 깊숙이 엮여 있다. 거창한 기술뿐 아니라 왼손잡이용 가위나 보행보조기, 보청기도 모두 장애 보조기술이다. 하지만 기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일상생활에 통합되는지, 현대 사회에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에 관한 논의에 장애인들은 거의 한 번도 함께한 적이 없다. 때로 기술은 우리 삶을 구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장애인들은 기술이 우리의 장애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미래에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 믿고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믿겠거니 지레짐작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대개 우리 상황에 맞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가둔다. 어떤 기술이 우리를 ‘고쳐 줄’ 것이라고 여기게 되면, 사람들은 장애 보조기술을 둘러싼 다른 많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잘못된 기획이나 설계, 계속해서 발생하는 유지보수 문제, 비용 문제, 그리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너무나도 부족한 사회 제도 같은 문제들 말이다.
- 1장 ‘장애가 있는 모든 것’ 중에서

휠체어는 장애의 보편적 상징이다. 휠체어 그림은 화장실 문, 주차 공간, 경사로에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자들은 늘 휠체어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 한다. 일어서서 걷고 계단을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외골격 로봇과 기기들은 주류 매체가 최고로 흔히 다루는 이동 장치다. 그런 장비들은 장애인을 지금 이대로의 세계에 끼워 맞추고자 설계된 것이어서,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접근성 높은 출입구에 대한 논의를 배제한다. 반면 휠체어는, 고치고 조정하고 개선해야 할 것은 장애가 아니라 이 세계임을 또렷이 보여 준다.
- 2장 ‘방향 전환’ 중에서

‘장애의 사회적 모델’은 장애를 사회적 현상으로 정의한다. 즉, 문제가 사람의 몸이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낙인과 장벽에 있다고 본다. 이 모델은 장애와 비장애를 사회적 맥락, 사회 구조, 인공적으로 구축된 환경에 따라 구분한다. 인간적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누가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는지 같은 철학적인 개념과 함께 정상성의 개념에 따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범주가 달라진다. 오늘날조차 장애의 정의에는 허점이 많다. 보철물 사용법을 완벽히 익힌 어떤 절단인들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간주하기’를 거부한다. 일부 키 작은 사람들은 사회적 낙인에서 오는 장애, 인공적 환경이 만들어 내는 장애가 자신들의 가장 큰 장애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범주는 문화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로 ‘장애인’이라는 범주가 없는 문화와 시대가 있었다. 건강한 몸과 장애에 관한 오늘날의 개념은 상당 부분이 누가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하기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삼은 분류 체계에서 왔다. 육체노동의 ‘통상적인’ 양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그들을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지금 나는 장애가 사람에게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런 문제는 사회적 모델의 핵심이 아니다.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이 그에 따른 문제를 다루기 위해 물리치료, 중독 치료, 그 밖의 치료를 기꺼이 받는다. 사회적 모델의 요지는 장애의 정의를 더 넓게 생각하자는 것이다. 장애는 비정상적인 상태이고 우리 몸과 마음은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판에 박힌 생각에 반대하는 것이다. 사실, 장애라고 부르는 상태는 통계적 의미에서 보면 지극히 정상이다. 현재 인구의 15% 이상이 정신, 학습, 발달, 인지, 감각, 또는 신체 장애로 규정된 일부 유형에 해당한다. 그리고 오래 사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이 그룹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 현상을 노화라고 정의한 현재의 문화에서는 노화 자체가 장애를 유발한다. 이것이 바로 일부 장애 옹호자들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한시적 비장애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 2장 ‘방향 전환’ 중에서

내가 참석해 온 회의에서는, 장애 단체 사람들이 거침없이 말하고 비장애인들이 원하는 만큼 차분하게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초대받지 못하거나, 우리가 한 말은 무시하면서 높으신 분들이 우리 공동체의 의견을 들었다는 이유로 자화자찬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장애인들이 고마워하지 않거나 예의를 지키지 않아서 우리 의견이나 전문 지식이 무시당하는 거라고 여긴다. 사람들은 장애인이 소통하는 방식을 비판한다. 우리가 수많은 불평등과 접근성 문제를 겪은 뒤, 참다못해 무뚝뚝함이나 좌절, 분노를 품은 채 말할 때의 그 방식을 말이다. 그러고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분노에 찬 불구’라는 수사적 표현에 기대어 장애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실제 공동체의 사안을 일축해 버린다. 또한, 이 수사적 어구는 장애인이 공평하게 대우받으려면 말투와 표현 방식을 바꿔서 착한 불구가 되어야만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것은 장애인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에게도 해당하는데, 흑인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더욱이 장애인 흑인 여성들은 어떤 상황을 단순히 설명할 때조차 엄격한 난관에 부닥친다.
- 3장 ‘각본 속 장애’ 중에서

감동 포르노는 대개 장애인들이 인도주의적 과학기술자와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몸이나 마음 상태를 적절하게 극복하는 기술을 찾는 이야기를 보여 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과학과 의학 그리고 장애인 개개인을 위한 특정한 목표를 제시한다. 그런데 이게 왜 나쁠까? 우선 ‘극복’ 서사는 장애인 개인이 올바르고 단호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면 접근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극복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도록 이끌기보다 반대로 그들의 책임을 면해 준다. 스텔라 영은 테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멋지게 말했다.
“‘인생의 유일한 장애는 부정적인 태도다’라는 말이 헛소리인 이유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어서이고, 그 말이 사실이 아닌 이유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 잘 설명해 줍니다. 계단을 바라보며 아무리 많이 웃어 주어도 그 계단은 절대 경사로로 바뀌지 않습니다. TV 화면에 대고 아무리 미소지어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 나타나지는 않을 겁니다. 서점 한가운데 서서 아무리 긍정적인 태도를 내보인다 해도 거기 있는 모든 책이 점자로 바뀌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 3장 ‘각본 속 장애’ 중에서

절단과 마비에 관한 이야기는 아마 여러분에게도 친숙할 것이다. 패럴림픽 중계방송이나 장애인 운동선수가 나오는 도요타 자동차 광고, TV 댄스 경연 프로그램, 최신 장애 기술에 관한 뉴스 보도, 전쟁에서 돌아온 상이군인들이 첨단 보조기술을 갖추고 가정과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 등, 몸에 닥친 시련을 기술로 극복하는 장애인 이미지는 차고도 넘친다. 그런 이미지에서 기술은 몸과 마음을 구원한 것으로 묘사된다. 내가 절단장애인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멋지게 발전한 보철 기술을 이야기하며 나를 계속 안심시켰는데, 심지어 내가 초인이나 강화 인간, 천만 달러의 바이오닉 우먼처럼 전보다 나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 4장 ‘새로운 다리, 낡은 수법’ 중에서

사회적 범주로서 장애는 과학기술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MIT 미디어랩의 휴 허는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한다. “나에게는 장애가 보이지 않는다. 부족한 기술이 보일 뿐이다.” 장애인의 권리, 정의, 공동체의 자부심을 중요시하는 장애 공동체와 장애를 기술적 도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휴 허의 비전 사이에는 일종의 긴장이 감돈다. 물론 두 관점은 공존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과 그들이 내놓는 이야기는 거의 전적으로 기술적 도전 대상으로서의 장애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런 풍조는 장애인들이 생생히 겪는 경험을 무시하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장애를 문제로 규정하면 진짜 문제에서 관심이 멀어진다. 이 세상이 장애인을 배제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문제 말이다.
- 4장 ‘새로운 다리, 낡은 수법’ 중에서

보철 다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언론이 치켜세우는 내용은 대개 소켓이 아니라 발, 발목, 무릎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소켓이 잘 맞지 않아서 불편하다면 다른 구성 요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이것은 단순히 과학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숙달과 다양성 문제다. 보철물을 몸에 맞추기 위한 반복 과정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잘 맞지 않는 소켓이나 잘못 조정된 보철은 조직 손상, 물집과 그 밖의 피부 문제, 근육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추가적인 진료 예약, 추가 지출, 임금 손실 같은 시간과 비용 문제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종종 위험을 무릅쓰고 고통스러운 보철 다리를 착용하거나, 아니면 불편한 다리를 착용하지 않고 그저 벽장 어딘가에 처박아 둔다. 소켓이 잘 맞지 않으면 피부 조직을 통한 감염 위험이 커지고, 심하면 절단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 보철물의 소켓에 몸을 좀 더 잘 맞추기 위해 기존 절단 부위 위쪽을 다시 절단하는 것을 ‘교정’이라고 한다.
- 4장 ‘새로운 다리, 낡은 수법’ 중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의족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휴 허가 착용하는 바이옴 발목처럼 전자제어식 관절 부품을 장착한 신형 의족은 대부분 무겁다. 그래서 일부 보철사들은 적당한 코어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착용하는 데 드는 물리적인 비용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주로 재향군인병원에서 성능 시험을 거치는 이런 제품들은 장애를 얻기 전에 스포츠에 능했던 건장한 남성에게 가장 적합하다. 세계적 수준의 산악 등반가인 휴 허처럼 말이다. 내가 아는 여성 중에 그런 제품을 시험해 본 사람들은 모두 좀 더 정적인 스타일의 탄소 섬유 발목으로 되돌아갔다. 보철 다리에 비싼 부품을 넣더라도 늘어난 무게를 감당할 근육조직이 없으면 잘 걷게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기술은 떠들썩한 것에 훨씬 못 미치게 소수를 위한 ‘해결책’이다.
- 4장 ‘새로운 다리, 낡은 수법’ 중에서

‘정상적’이고 좋은 뇌의 유형이 따로 있다는 생각은, 닉 워커의 말처럼 ‘문화적으로 고안된 허구’다. 신경다양성의 관점으로 생각할 때 우리는 학습, 인지, 발달, 정신 건강, 지적장애의 유형이 다른 모든 사람이 서로의 차이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일하는 빅텐트를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구조와 기대와 규범을 인식해, 그것들을 재정립하고 유연하게 확장함으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을 환대하는 매력적인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 5장 ‘신경다양인 저항 운동’ 중에서

ABA는 자폐인이 자폐성을 덜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자폐인이 신경전형인들이 편하게 느끼는 방식으로 자기 모습을 감추고 살아가도록 강요받을 때, 자기가 기분 좋거나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것들을 외면하도록 훈련받을 때, 그들에게는 인지적/감정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렇다. 자폐인들은 그렇게 자기 모습을 은폐한 결과로 자폐성 멜트다운과 자폐성 번아웃을 겪는다고 지적한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상태를 뜻하는 멜트다운은 더러 떼쓰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하는데, 사실 이것은 과도한 자극의 징후로, 자폐인이 스스로를 재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감정 분출이다. 그리고 신경전형적인 모습을 계속 유지하려 애쓰다 보면 번아웃에 빠지게 되는데, 극도로 탈진해 버리거나 긴장감에 압도당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며칠에서 몇 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정상성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억누른 결과 중 일부다.
- 5장 ‘신경다양인 저항 운동’ 중에서

오래 살다 보면 결국에는 누구라도 장애를 겪게 될 것이라는 말은 이미 흔한 이야기다. 다시 말해, 장애는 인간의 삶에서 지극히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한 부분이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 장애를 얻은 사람과 우리처럼 젊어서 그 상태에 이르렀거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한정적인 서비스, 지원금, 돌봄을 받으려고 종종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저마다 다른 사회적 편견과 기대를 경험한다. 그러나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모두 더 커다란 장애 공동체의 일원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것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장애라는 범주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 때로는 장애를 가진 젊은이들도 나이 든 사람들과 한 범주로 묶이는 것에 발끈하며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처지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다른 유형의 장애와 마찬가지로 노화로 인한 장애 역시 정중하게 다루고 포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이와 함께 딸려 오는 장애에 관한 우스개는 그만두어야 한다. 성인용 기저귀, 보청기, 정형외과용 신발, 이동 보조기 같은 것들은 젊은 사람들도 사용하는 장애 보조기술이고, 나이 들어감을 나타내기에 알맞은 상징물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장애인이 되거나 미래에 장애인이 될 것에 대비해 더 나은 계획을 세워야 한다.
- 6장 ‘접근성 높은 미래로’ 중에서

차례

1장 장애가 있는 모든 것
      빠르게 훑어보는 다음 이야기
2장 방향 전환
3장 각본 속 장애
4장 새로운 다리, 낡은 수법
5장 신경다양인 저항 운동
6장 접근성 높은 미래로

감사의 말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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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지은이 | 애슐리 슈 Ashley Shew

버지니아공과대학교에서 장애학과 기술 윤리를 연구하고 가르친다. 기술로 장애인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을 비판하고자 ‘기술낙관주의(technoableism, 테크노에이블리즘)’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장애 차별적인 기술낙관주의에 반대하는 애슐리 슈의 연구는 장애인과 기술의 관계, 기술의 사회적 책임, 접근성과 포용성에 중점을 둔다. 이 책 《불완전한 그대로 온전하게》는 장애와 기술에 대한 중요한 담론을 제시한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서 《동물의 도구 사용과 기술적 지식(Animal Constructions and Technological Knowledge)》, 《미래를 위한 공간(Spaces for the Future)》(공저)을 통해 기술에 관한 철학적 논의를 펼쳤다.



옮긴이 | 정현창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국제정치를 전공, 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오래 일하며 영화 관련 정책 연구서를 다수 집필했고,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맛의 방주(Ark of Taste)’ 프로젝트 자료를 번역했다. 자연, 환경, 지속 가능한 삶을 이야기하는 출판과 번역에 관심이 있다. 침 쏘는 곤충들의 생존 전략을 다룬 책 《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의 초창기 여정을 기록한 《리프트오프》를 우리말로 옮겼다.


도서 정보



도서명: <불완전한 그대로 온전하게>

- 분류: 국내도서 > 과학 > 과학 사회학 > 기술과 장애
- 판형: 140*210mm, 240쪽
- 정가: 17,000원
- 출간 예정일: 2025년 5월 12일
- 펴낸곳: 초사흘달

※ 표지 및 본문 구성 등 세부 사항은 최종 제작 시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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