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다양성과 기후위기의 시대, 패션은 어디에 서 있을까
패션이 오늘날 추구하는 가치와 앞으로 펼칠 가능성에 대하여.
앞서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분야, 패션. 패션은 언제나 세상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포착하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온 분야다. 여기서 ‘변화’란 단순히 유행이나 스타일의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람의 취향, 의식, 지향점 등 세상을 구성하는 무수한 요소를 포함한다. 그래서 패션의 흐름은 곧 세상의 흐름이고, 패션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이 현실화되고,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요구가 날로 거세지는 오늘날, 패션은 과연 어떤 위치에 서 있을까. 패션은 여전히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는가, 아니면 모두를 위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가. 우리가 입는 옷 한 벌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디에서 누구의 노동으로 만들어지는가. 지속가능한 패션이 정말 가능한가. 이 책은 이런 질문들로부터 출발하여 패션산업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친다.
저자는 패션이라는 친숙한 언어를 통해 사회가 외면해온 문제들을 드러내고, 지금 이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어낸다. 동시에 패션이 가진 잠재력을 탐색하며, 나아가야 할 더 좋은 방향을 모색한다. 옷을 입고 소비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품었을 질문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며, 이 책은 우리에게 분명 필요한 대화를 제안한다. 패션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동시에,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한 책이다.
_이소영 편집자
p7
나는 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는데, 패션이 가진 이미지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과연 패션으로 유의미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까? 다른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여러 고민이 있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도 많지만, 패션의 가벼운 이미지는 나의 한계인 동시에 유용한 도구였다. 가볍다는 사실을 뒤집어 보면 패션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접근성이 좋은 분야도 없다. 동시에 패션은 사람의 몸과 욕망, 사회의 계급과 권력을 반영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즉 패션은 중요한 담론을 촉발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p31
한 브랜드의 런웨이에 등장하는 플러스사이즈 모델은 보통 두세 명이다. 과도하게 마른 모델 수십 명 사이에 두셋의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걸어 나오는 모습은 플러스사이즈 모델의 소수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오히려 다수의 마른 모델을 보고 날씬함에 대한 미적 기준이 견고함을 깨닫는다. 또한 신체 사이즈나 형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양극단만 공존하는 모습은 다양성이라기보다 병리적이다.
p69
뉴룩에서 드러나는 디올의 시각은 다소 불편하다. 그 이유는 첫 번째, 디올은 여성의 편안함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금 강조된 가녀린 허리와 풍성한 치마는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함을 초래했다. 칼라(collar)는 늘어지기 쉬워 늘 주의를 기울여야 했고, 치마는 풍성함을 표현하기 위해 12m의 천이 사용됐다. 디올에게 여성의 복식이란 기능 따위 없는 장식적 요소일 뿐이었다.
p111
이제는 곳곳에서 퀴어의 상징을 볼 수 있지만, 무지개는 강한 상징성을 띤 나머지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쉽다. 무지개를 내세웠지만 퀴어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과 지지가 배제된 경우가 생겨났다. 일부 기업은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또는 진보적이거나 윤리적인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무지개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해왔다. 이를 두고 ‘레인보우 워싱(rainbow-washing)’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p155
과잉은 패션 산업이 자본을 확보하는 공식적인 법칙과도 같다. 의류 제품을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할수록 패션 산업이 성장한다. 그 수요를 이용해 자본을 확보하고자 하는 열망에 트렌드를 좇고자 하는 열망이 더해지면서 패션 산업의 과잉된 배출을 이루어냈다. 뉴스에서 산더미같이 쌓인 의류 폐기물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초에 몇 톤씩 쏟아진다는 의류 폐기물 문제는 생산과 소비의 과잉으로 설명할 수 있다.
p192
의류 산업의 제조를 맡은 노동자들은 대부분 이민자이거나, 유색인이거나, 빈곤한 집단이다. 아웃소싱이 시작된 이후 노동은 국제적으로 분업화되었는데, 그 분업은 평등하지 않았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노동의 측면에서도 착취의 대상이 되었다. 이곳의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물건은 서구의 국가에서 비싸게 팔렸고, 그 잉여의 이윤은 서구 기업이 가져갔다.
p211
정말로 기업에는 도덕성을 기대할 수 없는가? 도덕과 윤리를 말하는 것은 순진한 것인가? 도덕과 윤리는 기업활동에서 배제할 수 없다. 기업 이미지를 위해 이용하는 가치가 될 수도 있지만, 기업 행동의 범위를 정의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패션 기업의 노동 이슈가 그리 치명적인 이유는 비윤리성 때문이다.
p242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알았던 것이다. 패션을 활용하는 것이 화두를 던지고 균열을 일으키기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미 1970년대 펑크 흐름에 앞장서며, 저항의 메시지가 시대를 풍미하고 럭셔리 패션의 견고한 위계질서를 흐트려놓는 과정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매체를 활용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외쳤다.
프롤로그
1장. 다양성의 시대, 패션이 던지는 질문
・패션과 인종
유색인은 아름다운가 / 흑인의 등장은 다양성의 지표일까 / 패션 산업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패션과 체형
바디 포지티브 운동은 정말로 긍정적인가 / 날씬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패션과 나이
노인은 패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가 / 시니어 모델은 어떻게 등장하는가 / 노인은 타자인가
・패션과 장애
장애인은 의복과 패션을 누릴 수 있는가 / ‘비정상’은 아름다울 수 없는가 / 인간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패션과 여성
여성성이란 무엇인가 /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어떻게 표현되는가 / 여성에게 핑크란 / 여성의 취약성은 취약하기만 한가 / 유색인 여성의 전통 복식은 퇴보를 뜻하는가
・패션과 퀴어
여성복과 남성복은 구분될 수 있는가 / 성별은 극복할 수 없는가 / 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중엔 게이가 많을까 / 퀴어 미학은 퀴어를 표현하는가 축소하는가
・패션과 문화 다양성
패션은 누가 결정하는가 / 우리는 샤넬에 고마워해야 할까 / 장인의 가치는 공평하게 인정받는가 / 전통은 지켜야 하는가 이어야 하는가 / 패션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는가
2장. 지속가능성의 시대, 패션이 던지는 질문
・패션의 과잉
재고의 처리는 가능한가 / 업사이클링은 얼마나 효과적인가 / 재활용 의류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패션의 인간중심주의
사라지는 숲과 나무, 패션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일까 / 동물의 털을 쓰지 않는 것으로 충분할까 / 인간은 비인간을 지배하는가
・패션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의류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의류 폐기물은 어디에 버려지는가 / 온실가스 배출량, 숫자는 진실을 보여주는가
・패션과 기업, 자본주의
패션 브랜드의 윤리는 도덕적인가 / 패션 산업의 투명성은 투명한가 / 지속가능성은 점수 매길 수 있는가 / 누가 행동해야 하는가
3장. 패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패션의 일상성: 가벼운 참여의 유도
・패션의 유연성: 다양성 개념의 대안
・패션의 대중성: 모두와 함께하는 대화
에필로그
참고문헌
1) 19,800원 펀딩
- <패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1부
- 초판 1쇄 후원자 명단 인쇄
- 펀딩 달성 단계별 추가 마일리지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