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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맛있을까 -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음식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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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스트로피직스, 평양냉면의 비밀을 밝히다?"
    2018년 4월 27일, 남한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만나 정상회담을 벌였다. 핵 폐기와 평화 정착 못지않게 관심을 모은 주인공은 바로 평양냉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면기를 판문점까지 가져왔고, 동행한 옥류관 수석요리사가 직접 냉면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 인사들은 평양냉면의 진수를 맛보았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같은 날 점심, 옥류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남한 곳곳에서도 평양냉면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아마도 대부분은 평소보다 훨씬 맛나게 평양냉면을 먹었을 테다. 이유는 바로 '분위기'다.

    미식학과 물리학의 합성어인 가스트로피직스 분야의 대표 주자 찰스 스펜스는 이런 분위기를 그저 기분 좋은 분위기로 남겨두지 않고, 온갖 실험과 설문을 거쳐 분위기를, 아니 맛을 만들고 느끼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소리에 따라, 빛깔에 따라, 식기의 모양이나 무게에 따라, 기압과 습도에 따라 달라지는 맛의 상황을 시시각각 분석하여, 가능한 모든 감각을 최대한 동원하여 이를 수 있는 미식의 경지를, 얼토당토 않은 자기만의 표현 방식이 아니라 수치와 자료로 구현한다.

    비로소 맞이한 평양냉면 전성시대, 가스트로피직스는 그간 평양냉면을 둘러싸고 벌어진 숱한 논쟁에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아쉽게도 찰스 스펜스는 옥류관의 평양냉면은 맛보지 못했으나, 다행히 남한의 평양냉면은 1차 분석을 끝냈다고 한다. 오감을 바탕으로 맛의 최첨단을 달리는 그도 오늘 판문점에서 펼쳐진 평화의 분위기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까? 어쩌면 가장 많은 이들이 가장 맛있게 평양냉면을 먹었을 오늘이 앞으로도 한없이 이어지길 바랄 따름이다. 가스트로피직스, 평양냉면, 모두 만세다!
    - 인문 MD 박태근 (2018.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