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고 있는 마흔여덟 살의 다다시. 남편의 책과 레코드로 가득찬 방과 '비합리적인' 성격을 못마땅해 했던 아내와는 얼마전 이혼했다. 남자는 그동안 막연히 동경해오던 삶을 살기로 한다. 큰 나무가 있는 공원 근처 낡은 목조주택을 취향대로 고치고 고양이와 함께 '우아한' 인생 2막을 시작한 것. 국수집에서 옛 사랑과 우연히 마주하며 일상에 잔잔한 물결이 일기도 한다.
노건축가와 그를 따르는 청년의 여름날을 담은 데뷔작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서 보여준 건축 미학이 이번 책에도 깊게 배어 있다. 실제로 오랫동안 출판사에 몸담았던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모습이 주인공 다다시에 투영되어 있는 듯 하다. 청춘의 격정이 지나간 자리에서 느끼는 허무감과 애상을 담백한 문체로 담아내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아껴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