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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반가운 소식이 아침을 열었다. 한국인 최초로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를 통해 맨부커상을 수상했음이 알려진 것. <채식주의자>의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에서 11년 전 출발한 질문이 타박타박 이어지고, 이윽고 '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게 작가 한강이 최신작 <흰>으로 독자를 찾았다.
소설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으로 이어지는 목록들.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달떡처럼 희고 어여쁜 아기. 그 이가 죽은 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나는 언니의 죽음, 유태인 게토에서 타살되었을 여섯살 배기 아이의 죽음과 공명한다. 시처럼, 소설처럼 다문다문 문장들이 이어지고, 흰 것들의 이미지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향해 희붐한 빛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