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전 판사 추천! 양승태 사법부가 거래한 삶들"
양승태 사법 농단. 장마비처럼 쏟아져내린 기사들에선 이렇게 깔끔한 말로 정리되었다. 어떤 현상에 짧은 이름을 붙일 때 우리는 많은 부분을 잊는다.
간결한 기사 뒤, 괄호 안에 숨은 것은 스러져간 인생들의 이야기다. 땅! 법봉이 부딪힐 때,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는 국가 채무자가 되었다. 땅! ktx 여승무원 노조원이 세 살배기 딸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땅! 빨갱이로 몰린 전교조 소속 교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양승태 사법부는 쓰러진 삶들을 차곡차곡 포개어 밟고 올라섰다.
어떤 책은 경쾌한 앎을 선물함으로써 그 의미를 다 하지만 어떤 책은 읽고 난 뒤 묵직한 요구를 건네온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취재하고 쓴 이 책은 약자들의 삶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된 이후, 우리가 할 일을 묻는다. 양승태의 유죄가 인정되었으니 그것으로 끝일까? 역사의 한 장을 서둘러 덮고 넘어가려는 이 사회의 손목을 절실하게 붙들고 책이 말한다. 정면으로 수치심을 마주하고 사법 독립에 대한 더 높은 차원의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한다고.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1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