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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이 같은 제도는 배제되어 있던 이들을 품는 틀과 사회의 질서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제도가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는다. 그 과정의 에너지를 모으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감정의 역할이다. 이를테면 차별받는 이들에 대한 애틋한 연민의 감정, 원하는 형태의 가족을 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마음 같은 것 말이다.
국가나 사회의 작동에 관해서라면 왠지 이성이 독점하고 있는 듯 느껴지지만 감정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감정으로부터 끌어올려진 합의는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신념과 가치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마사 C. 누스바움에 따르면 모든 정치적 원칙은 "오랜 세월에 걸친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감정적 기반을 필요로 한다."
'정치적 감정'은 자칫 추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주장이지만 그는 '예술을 통한 공적 감정의 함양' 같은 구체성 있는 해법을 제시하며 현실에 단단하게 발붙인다. 마사 C. 누스바움의 철학은 섬세하며 정의롭다. 그 세세한 결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면 일독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