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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닮았는가>에 따라 익숙함을 느끼고 거부감을 느끼는 마음들. '나'는 인간이고 '너'는 AI이며, 내가 느끼는 걸 너는 느끼지 못할 것이란 / 느낄 것이란 선험적 판단. 김보영의 소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에 질문을 던진다. "쓸데없고 복잡하고 지키지 않아도 될 수만 가지 규칙을 지키느라 하루를 온통 소비하는"(354쪽)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인간에게 존재하는 '눈치'라는 것이 없는 사람. '길 가다 잠시 만난 사람과 내 친척의 얼굴을 같은 무게를 갖고 기억'(357쪽)하느라 정보값이 너무 많아 남들처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 다른 사람이 나태함을, 귀찮음을, 엇나감을 어찌할 수 없듯 자신의 규칙을 어찌할 수 없는 사람. 이 사람은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오가며 삶을 반복하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어떤 세계에서는 이런 사람을 '아스퍼거'로 분류한다. (<같은 무게> 中)
합성신체를 만들어 파는 기업 덕분에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 취업 등을 이유로 대부분 남성이 되기를 선택해 이제 세계에 여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화장실을 만드는 일이 비효율적인 일이 되고, 육아실, 수유실, 생리대 자판기 같은 게 모두 사라져버리고 만 세상. 과학을 기반으로 그려낸 이 세계는 낯설지만 '여자가 왜 그런 옷을 입고 거리를 나다니느냐'(75쪽)는 말이 남기는 여운은 익숙한 것이다. 주목을 원하지 않고, 무시당하거나 지워지지 않고, 그저 자연스러움을 원하는 (75쪽) <빨간 두건 아가씨>의 바람은 그래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소설가로 정평이 난 작가, 김보영이 묵묵히 쌓아올린 이야기의 탑을 만난다. 2010년 엮은 <진화신화> 이후 10년 만이다. 김보영의 작품을 따라 읽어온 독자라면 웹진, 수상작품집, 앤솔러지북 등으로 공개된 작품들이 적절한 맥락으로 어우러진 작품집의 구성 속에서 새로운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김보영의 세계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마음을 울리는 지적인 이야기의 향연을 반갑게 맞이하게 될 듯하다. "김보영의 작품은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그 이유 자체가 되어준다."고 말하며 소설가 문목하가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