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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미사일이 떨어지던 날에는 서른 개의 현장이 전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쟁이 일상이 된 서울, 사람들은 미사일이 날아오는 이곳에서 월차가 없어 출근을 하고, 만나기 시작한 사람과 맛집에 갈 약속을 잡는다. 에스컬레이션 위원회의 현장조사원 민소의 삶도 계속된다. 폭격당한 인도 식당을 조사하며 마살라 도사를 떠올리고, 데이트 코스로 애용하던 스페인 식당을 조사할 땐 오렌지 샐러드를 아쉬워한다. 그렇게 미사일을 맞아 사라진 네 개의 식당, 민소의 추리는 하나로 귀결된다. '그녀'와 함께 갔던 맛집이 연달아 사라지는 것은 그를 향한 '그녀'의 메시지가 아닐까.
그녀는 비행기 사고 이후 실종되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났음이 분명한 그녀가 남긴 메시지를 추적하기 위해, 민소는 사소하고도 사적인 기억들을 되짚어 나간다. 전쟁과 미사일과 이태원 식당이 공존하는 소설. '떡국 떡 모양으로 얇게 썰어서 바삭바삭 부드럽게 튀긴 가지 위에 꿀이 얹혀 있는데, 접시 가득 꽃잎 모양으로 펼쳐져 나와요' 같은, 더는 먹을 수 없게 된 음식에 대한 묘사와 '항상 그래. 굳이 콕 찝어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서만 사과를 해.'라는, 전쟁을 둘러싼 구조에 대한 포착이 공존하는 소설. 배명훈과 전쟁과 미스터리와 맛있는 것.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