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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 레즈비언 커플이 농인 남성의 정자를 선택하여 임신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인가. 세심하게 설계된 페미니즘적 유토피아가 장애가 근절된 공간으로 그려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에 즉각적인 답변을 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논쟁조차 별로 되지 않은 낯선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장애의 극복과 근절이 장애에 관한 한 가장 나은 미래인 것으로 상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비장애중심주의의 독단이라 주장하며 논쟁적인 질문들을 내어 놓는다.
장애의 미래를 말하려면 장애의 현재를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장애를 이해하기 위한 관점을 제시하고 장애의 정치적/관계적 모델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그간 생각해왔던 비장애중심주의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제 이 새로운 모델 안에서 그는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을 비판적으로 읽어낸다. 기존의 페미니즘 이론, 퀴어 이론에서, 그리고 사이보그 이론과 환경주의에서 장애가 어떻게 주변화되어 왔는지 살핀다.
현재 한국에서 장애인권의 시간은 강제로 되돌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까지 빼앗긴 것은 아니다. 흔들리는 현실에 맞서 서로를 구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전복적인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