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약속한다는 정치인들의 기사를 종종 본다. 실제로 죽은 사람은 없다. 죽음은 너무 큰 대가여서 그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진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사람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야'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를 누군가 정말로 죽인다면 어떨까. 어떤 문명 국가도 그런 사적 구제를 허용하지 않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그런 복수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 사적 구제를 다룬 영화나 소설들을 생각해 보면, 복수에 대한 달콤한 꿈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은 묻는다. 누군가가 정말로 복수해주겠다고, 죽어 마땅한 이를 후환 없이 죽여주겠다고 한다면, 당신은 거절할 수 있을까.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복수와 살인에 대해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관념 속에 얼마나 많은 빈틈이 숨어있는지를 보여준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연상하게 하지만 그보다 가볍고 빠르며 상쾌하게 진행된다. 이 작품 속의 살인들은 잘못되었고 비뚤어져 있으나 독자는 그 잘못된 일들이 가진 매력을 거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은 좀 위험한 매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