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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뉴욕 롱아일랜드. 매일 밤 대저택에서 파티를 하며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광란의 시대를 즐기면서 첫사랑이 사는 저 너머의 초록 불빛을 바라보던 한 남자가 있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이 명불허전의 솜씨로 <위대한 개츠비>의 이야기를 2020년대의 서울, 한강변으로 옮겨왔다. 여자는 압구정 H아파트에 살고, 남자는 성수동의 T타워에 산다. 이들은 밀주를 파는 대신 가상화폐와 진단 키트를 팔고 상장을 한다. 이 이야기에도 파티를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 개츠비를 동경하던 '닉'이 아닌 여성 주인공 '이규아'의 눈. 그리하여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의 빛을 좇게 된다.
이규아라는 인물의 개성에서 이야기의 아귀가 개연성을 얻는다. 성수 토박이로 재개발과 함께 가족은 재산을 잃었고, 한국의 개츠비들과 함께 서울대 경영학과를 다녔던, 뉴욕에서 예술학교를 다닌, 두 번 이혼을 한 사십대 후반 여성인 와인바 사장인 그는 펜트하우스 속 광란의 파티에 완전히 동화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 관찰자의 눈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보인다. '우리는 이성에게 인기 없는 족속들이다.', '매력 있는 것들은 세상에 따로 있고, 그들끼리 알아본다.'(140쪽)라고 말할 정도로 거리두기를 잘 하는 주인공은 빛에 미혹되지 않고 진짜 빛이 출발하는 지점을 마침내 찾아낸다. 이 소설을 읽고 여의도를 지나며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한 '밤섬'을 왼편에 두고 도시가 다르게 인식되는 경험을 했다. 우리는 스스로 '개츠비'를 참칭했던 많은 유명인사의 몰락을 알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개츠비가 등장할 것도 알고 있다. 그게 우리가 고전을 다시 읽는 이유, 이 시대에 이러한 소설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