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자에게 류시화가 적어보낸 시"
이 시집의 제목은 알베르 카뮈가 시인 르네 샤르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에서 시작됐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당신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그가 잘 지내지 못하는 건 시를 놓을 자리가 마음에 고인 까닭이다. 시에 붙들린 이는 이제 밤을 지새워 시를 읽어야만 한다. 이런 이들의 밤에 류시화의 신작 시 93편을 보탠다. 낮의 여행자보다 밤의 여행자에게, 여름 여행자보다 겨울 여행자에게 시를 보낸다고 시인의 말에 시인은 적었다.
내가 아픔을 돌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픔이 나를 돌본 것이었다
아침을 맞이한 모든 것은, 설령 고뇌일지라도
어둠을 통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모란 앞에서 반성할 일이 있다> 부분
겨울 밤은 겸허히 숙고하는 시간이다. 겨울 여행자는 '슬픔 곁에 그냥 앉아 있는' 밤에는 때로 '슬픔을 덮고 자야만'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슬픔의 무인등대에서> 부분) 한 해를 닫고 새로운 해를 열며 맑고 차가운 밤 시를 쥐어본다.
- 시 MD 김효선 (202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