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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세계적인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서구 근대성이 오늘날의 거대한 문제들을 만들었다고 주장해왔다. 그에 따르면 서구 근대인은 자연과 사회, 자신과 타자, 객체와 주체를 나누는 잘못된 이분법의 좌표계로 세상을 재단해왔고 그 결과 정치는 극한 갈등의 상황으로, 전 지구적 생태는 위기의 상태로 치달았다. 근대성은 잘못된 설계였을 뿐 아니라 애초에 우리 스스로도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도발적 비판이 그를 세계에 알린 문제의식이다.
이 책에서는 그의 전작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근대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벗어나 세계의 다원성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는 '과학'과 '경제' 앞에 다른 가치들이 무릎 꿇게 되는 범주 오류에 주목하고 근대적 가치와 제도들을 탐구해나간다. 부차적으로 치부되어온 비근대적 가치들의 본래적 가치를 어떻게 복원할 것이며, 근대성의 작위적 이분법으로 인해 끊어졌던 연결들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지속 불가능성이 입증된 서구 근대성의 삶의 형태는 어떤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 책을 꿰뚫는 핵심 주제다. 서구 근대성이 낳은 온갖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그 해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브뤼노 라투르의 사상을 집대성한 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