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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명의 남자가 1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 남긴 일지로 이루어져 있다. 제어할 수 없는 발전기처럼 끊임없이 몸 안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날들에서 시작된 일지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일 정도로 서서히 육신이 고장나는 날들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이 일지는 자신의 몸 또는 몸과 연관된 사건들에만 한정되지 않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 행동, 이야기들까지 기록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육체와 그 육체가 가리키는 방향만을 바라보던 남자는 어느새 다른 이들의 시선과 사회의 시선을 읽게 되고, 그 시선들이 서로의 육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 어떤 면에서는 더 성숙해지고, 예전에는 가졌던 것들을 가질 수 없게 되고, 더 많은 것들을 보지만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없게 된다. 소설은 한 인간과 함께 천천히 늙어간다. 느리고 낮은 음조로 다가오는, 거부할 수 없지만 부담스럽지도 않은 슬픔이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