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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간결하다. 읽어 보면 자명한 이야기이고, 생각하면 타당한 이야기다. 그런데 왜 자꾸 헌법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 헌법은 조문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존재 의의를 숱하게 확인하며 역사 속에 자리를 잡는다. 따라서 사회의 변화에 따라 헌법을 조정하거나 사회의 지향을 살펴 헌법에 반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로 조문만 바꾸는 게 아니라는 데 있겠다.
역사가 심용환은 한국현대사에서 이루어진 아홉 차례의 헌법 개정을 순차적으로 살피는데, 법조문의 변화에 앞서 벌어진 사회 변동의 큰 축은 무엇이었는지, 헌법의 개정에 따라 사회의 구조와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바라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선을 더욱 넓혀, 세계 여러 나라의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국에 빗대어 보고, 삶과 사회를 함께 성찰하고 내다본 여러 사상을 깊게 들여다 보며 지켜야 할 가치와 새롭게 펼쳐야 할 가치를 제안한다. 헌법에 담지 못했지만 담고 싶은 이야기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으니, 헌법에 깃든 생명력과 상상력이 힘을 되찾는 모습이다. 한국의 삶과 사회도 이렇게 변화되길 기대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