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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여섯 사람이 모두 5.18 유공자다. 당시 녹두서점을 경영하던 나를 비롯하여 아내 정현애와 처제 정현순, 남동생 김상집과 여동생 김현주 그리고 나중에 현주와 결혼한 엄태주까지 모두 5.18항쟁의 중심에 있었다." 이 책은 여섯 사람 가운데 세 사람의 기록을 담았다. 39년이 흘러지만 여전히 몸서리치는 기억이고 고통스러운 복기이기 때문이다.
녹두서점은 1977년 광주에서 문을 열었다. 유신정권에 반대하다 제적당한 김상윤은 인문사회과학서를 학생과 시민에게 보급하고 지역에서 벌어지는 민주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서점을 활동의 거점으로 삼았다. 그가 5월 17일 예비검속으로 끌려가며 서점이 잠시 비었으나, 그의 아내 정현애와 동생 김상집 그리고 저항하는 시민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모이고 퍼져나갔다.
세 사람이 각각 감옥에서, 서점에서, 거리에서 겪은 항쟁의 현장, 그리고 살아남아 내란 주동자, 폭도, 극렬분자로 겪은 항쟁의 현실, 더불어 여전히 5.18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며 끊임없이 써나가는 항쟁의 미래는, 녹두서점이 사라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5.18을 둘러싼 악의적 왜곡 역시 여전하고 당시의 폭압은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그때 그곳의 녹두서점을 오늘 이곳에 다시 불러올 이유는 충분하겠다. 5.18의 역사는 결코 끝나지 않겠지만 5.18의 상흔은 하루빨리 치유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