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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사라진 것을 사랑하는 기쁨과 슬픔"
    목정원은 공연예술이론가다. 파리에서 6년을 살며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는 법을 공부했다. 작가는 '발생하는 동시에 소멸하는 예술'(5쪽)을 사랑한다. 그리하여 그는 서평도, 영화평도 아닌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공연을 보자마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을 매우 싫어'(66쪽)하는 작가는 사라지고야 말 것들이 남긴 궤적마저 스러지고 난 자리에서 비로소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한다. "나로부터, 우리의 진창으로부터, 멀리 있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것들."(진은영, 그 머나먼, 184쪽 인용)에 대한 말은 그래서 늘 조금 늦게 도착한다.

    2011년 개봉한 피나 바우쉬의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 해도 우리는 더는 피나 바우쉬의 춤을 볼 수 없다. 그가 연기한 <봄의 제전>을 창작한 니진스키는 어떠한가. (니진스키의 전기에서 <봄의 제전>은 이렇게 기억된다. 당시 사용했던 의상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그러나 아무도 니진스키의 안무를 기억하지 못했다." <니진스키>, 983쪽, 2021년, 을유문화사) 니진스키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한번도 본 적 없는 춤을 사랑한다. 춤은 이미 사라져버렸고, "거기서 살아 있고, 반짝였으며 끝내 흘러가버린 것들이 실은 전부임을"(29쪽) 알면서도.

    '훗날 죽음 후에, 내가 놓쳐 보지 못한 공연들이 모여 사는 세계가 있어, 거기서 평생 그것들을 다시 볼 수 있기를.'(36쪽) 작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이 지극한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슬픔을 알면서도 "나의 몸을 가지고 당신의 고통속으로 거주하러 들어가기" (155쪽)를 선택한 사람들이라면 목정원의 나직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미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것들을 회상하며, 그것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참지 못하고 단번에 읽게 되는 책이 있고, 참을 수 없어 아껴가며 천천히 읽게 되는 책이 있다. 목정원의 예술 산문은 후자의 책이다.
    - 소설 MD 김효선 (2021.10.19)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