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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는 불행처럼 슬그머니 찾아왔다. 나무 천장 오목한 틈에 고여있던 물이 이윽고 뚝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습기가 책장을 습격해 낡고 소중한 책의 삼면에 퍼렇게 곰팡이를 피웠을 때. 진작 알아챘어야 한다고 후회해봤자 이미 사건은 벌어진 뒤다. 2023년 <쥐>,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으로 신춘문예 당선, 2024년 <언캐니 밸리>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전지영의 첫 소설집은 이 기척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집을 여는 첫 작품 <말의 눈>은 제주의 타운하우스 지붕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주의 국제학교로 학적을 옮기느라 타운하우스로 '피해자'인 딸 서아와 이주한 '수연'을 '가해자'의 부모 '지희'가 찾아온다. 내 딸이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일 수 있다는 가능성, 가해자인 내 딸도 피해자일 수도 있을 가능성을 두고 두 여자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지붕에선 물이 새고 태풍이 오는데 목장에서 방목하는 말의 눈에 인간들이 비친다.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스타일리스트의 등장이다. 12월 내내 한국인의 밤낮을 사로잡은 그 '언캐니'한 불안의 징조를 소설은 미리 감지하고 경고한다. 살갗까지 다가온 불안을 물이 새는 지붕, 해무가 자욱한 바다, 어시장의 냄새, 비 오는 연못, 얼어붙은 언덕길로 비로소 알아채는 순간, 소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여기서는 말이야. 눈에 보이는 건 답이 아니야." (<쥐>, 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