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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호랑이성의 마법사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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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최종후보, 황석영 신작 소설"
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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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 (47쪽)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 2025년 문화예술 분야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황석영의 2025년 최신작. '끝까지 현역으로 글을 쓰다 죽겠다'는 소감을 밝힌 거장은 북방 대륙의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날개짓으로 금강 하구에 뿌리내려 이 땅과 연을 맺은 팽나무 '할매'의 600년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를 톺아본다.

생명은 제각기 주어진 시간대로 삶을 산다. '지상의 시간으로 빠르게는 두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반쯤' (40쪽) 사는 하루살이의 시간, 한해살이인 풀꽃의 시간, 길어야 수십 년인 인간의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팽나무는 제 자리에서 나이테가 쌓이는 것을 겪는다. 승려 '몽각', 당골네 '고창댁', 순교자 '유분도', 동학농민군 '배경순'의 시간을 지나고 일제 강점기에 군산 비행장 활주로가 닦이고, 해방 후 미군기지가 확장하고,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개가 말라죽는 모든 시간을 팽나무는 견딘다.

군산에 정착한 소설가 황석영은 팽나무를 지키는 문정현 신부의 사업과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수라> 등의 도움으로 이 이야기를 완성했노라 밝힌다. 우리는 이 땅에 잠시 머문다. 이 새삼스러운 시간성을 인식하면서 세계를 둘러볼 것을 촉구하는 명상적인 소설과 함께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새 한마리가 날아왔다.

이 책의 한 문장
몽각은 자기 몸이 곧 무너지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한 차례 통증이 지나간 뒤에 비틀거리며 일어나 팽나무에게로 갔다. 나보다 먼저 있고 나중에 없어질 할매여, 이제 내가 먼저 없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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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바라본다는 의미"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윌 곰퍼츠 지음, 주은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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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멈춰서 어떤 물체를 흥미롭단 듯이 찍던 사람이 있었다.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돌이라거나 버려진 의자 혹은 낯선 이의 집 대문 같은 걸 한참을 찍었고 몇 달 후엔 그게 그의 작품이 되어 있었다. 그만의 시각이 그의 예술 작품이 된 것이다. 내가 보는 것과 그가 보는 것은 어떻게 달랐던 걸까?

전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이자 BBC 예술 담당 기자로서 대중에게 예술을 소개하는 역할을 해온 미술평론가 윌 곰퍼츠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예술을 완성한 31명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유명한 작가부터 처음 듣는 작가까지 다양하다. 유명세를 떠나서 그들이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예술 작품을 창조했는지는 또 다른 관점이고 새롭다. 곰퍼츠는 이 책을 조각가 마크 하비의 편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기술한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알아보는 아버지의 능력에 매료되었고 가장 멋진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기 위해 아버지보다 1미터 앞서서 해변가를 걷겠다고 고집을 피우곤 했습니다." 앞서 걷는다고 가장 멋진 것을 발견하진 않지만 나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힘은 지나친 것들도 아름답게 보이게 할 테다. 예술은 소위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일상 곁에 사금 조각처럼 번쩍이고 있다. - 예술 MD 임이지
책 속에서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세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 눈앞에 대안적인 현실이 존재한다. (...) 현실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전적으로 당신의 관점에 달려 있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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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루이스 새커 신작"
호랑이성의 마법사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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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약혼으로 맺어진 두 왕국이 있다. 아주 어릴 때 정해진 결혼 언약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나 15살이 된 공주 툴리아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을 몰래 지켜 주기 위해 꾀를 내는 궁정 마법사까지….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궁정 마법사 '아나톨'의 시선으로 풀어진다. 이 세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청소년 필독서인 <구덩이>의 작가 루이스 새커의 신작인 이 소설은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500년이 지났음에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궁정 마법사 아나톨은 호랑이성의 가이드처럼 자신이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해리 포터>를 읽는 것 같은 아득한 마법의 느낌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가 더해져 읽는 맛이 배가 되니 만족스러운 읽기가 될 것이다. - 청소년 MD 임이지
책 속에서
툴리아 공주는 결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가장 큰 결점은 공주로 태어난 것이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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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네 차례야."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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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잘나가는 잡지사 기자였지만 지금은 매체의 변화에 고전하고 있는 편집자 고바야시, 적당한 유명세의 오컬트 전문 유튜버지만 그 자신은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이케다, 독특한 내력으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며 자라온 프리랜서 작가 호조. 세 사람은 이케다가 촬영했던 심령 명소들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분석하여 그곳에 얽힌 소문을 각색하고 괴담을 날조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자 한다. 정체불명의 인물 사진이 가득한 의문의 폐가,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 폐업한 병원, 한 때 영아 유기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호텔까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취재 내용들을 날조하는 가운데, 버려진 공간에 얽힌 음습하고 불온한 악의가 세 사람의 어두운 과거와 얽혀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에서 실험적 모큐멘터리 기법으로 호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세스지 작가의 신작. 작품의 중심 배경이 되는 일본의 ‘로쿠부 살해’ 민담(피해자가 가해자의 자식으로 환생해 응보를 되돌린다는 이야기)은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이야기 - 대표적으로는 율곡 이이의 요절한 아들들에 얽힌 이야기 - 가 전해질 정도로 보편성을 띤다. 작가는 이러한 보편적인 민담을 바탕으로 인간의 탐욕과 악의로 오염된 공간과 그곳에 층층이 쌓인 저주와 죄업이 지금도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섬뜩하고 불길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번 작품은 인터넷 연재 기반이었던 전작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와는 달리 처음부터 단행본 출간을 전제로 새롭게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긴 호흡으로 천천히 조금씩 드러나는 공포의 실체가 서서히 죄어오는 올가미처럼 서늘하고 섬뜩하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돌아다녔다. 옛날, 신이 있던 장소를. 지금은 고질병이나 다름없는 인간의 탐욕으로 더럽혀진 성지. 그 더러움으로 뇌수를 채우고 속죄함으로써, 맑고 고운 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그리하여 나를 대신할 누군가를 찾아내기 위하여.